우크라 대통령실 "러, 北 미사일로 공격…대량학살 일환"(종합)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 5일 발표…"러·북·이란 '악의축' 손 맞잡아"
백악관, 사거리 900㎞ SRBM 추정…북 무기↔러 위성기술 교환 가능성도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여성이 러시아 미사일의 공격으로 심하게 훼손된 자신의 아파트를 바라보는 모습. 2024.01.0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김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이 러시아가 북한산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전날 미국에서 제기된 이후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가 이를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이상의 위장술은 통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인 대량학살 전쟁의 일환으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받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이제 더이상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대규모 침략 전쟁을 '탈나치화'라고 포장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등록 라디오를 소지하고, 관광객과 대화하고,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는 이유로 강제수용소에서 시민을 고문하는 국가(북한)로부터 받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나아가 러시아·북한·이란을 거론한 뒤 "역사상 '악의 축'이 이렇게 명백하고 기괴할 정도로 악랄한 모습을 보인적은 없다"면서 "야당 지도자 옷에 독극물을 뿌리는 러시아, 원치 않는 관리들을 고사포로 처형하는 북한, 성적 지향이 다르단 이유로 교수형을 하는 이란이 손을 맞잡았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주지사도 현지 공영방송에 성명을 내고 최근 러시아가 하르키우에 발사한 미사일은 적어도 러시아산은 아닌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전했다. 다만 하르키우 주지사는 해당 미사일이 북한산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이날 현지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아직 분석하지 못했다면서 북한 보유 무기 상당수가 구소련 시절 제작된 만큼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무기와 북한산 무기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수십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건네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해 12월30일과 지난 2일 강행한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거리 900㎞짜리 SRBM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개월 전부터 관련 동향을 파악해 온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이 러시아에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SRBM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이날 한국 외교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를 도출한 당사자인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받아 이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방북(지난해 7월 25∼27일)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을 때를 전후해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각종 무기를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13일 개최된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대러 군수품 공급이 지속됐으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발사 기술을 획득해 지난달 군사 정찰위성 발사 때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포돌랴크 보좌관이 러시아·북한에 이어 악의 축으로 이란을 거론한 이유는 이란제 자폭 무인기(드론) '샤헤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샤헤드-136과 131 등을 자국 공습에 사용했다고 밝혀 왔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모습. 2023.09.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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