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이란제 드론 복제품 우크라 전장서 사용…美 제재 무용지물?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 복제, 러 자체 생산 가능해져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왼쪽)과 러시아의 게란-2 드론(오른쪽). 2023.08.10/뉴스1(분쟁무기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러시아가 지난해 지원받은 이란제 무인기(드론)의 복제품을 생산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분쟁무기연구소(CAR·Conflict Armament Research)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CAR 조사팀은 지난 7월 말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투에서 수거한 2대의 공격용 드론 잔해를 분석했다. 해당 드론에는 모두 이란제 샤헤드-136 모델로 보였지만, 앞서 회수한 러시아 정찰용 드론 부품과 같은 전자 모듈이 탑재돼 있었다.

또한 2대의 드론은 재료와 내부 구조 등이 이란에서 만들어진 드론과는 크게 달랐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드론들은 소형 프로펠러 구동식이며 단방향 공격 또는 자폭용으로 쓰인다.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136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내륙 깊숙한 곳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샤헤드 드론은 80파운드(약 36kg)의 폭발물을 탑재하고 약 600마일(약 965km)을 비행할 수 있다.

조사팀의 데미안 스플리터는 러시아가 자국에서 이란제 드론의 복제품을 생산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드론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분석했다.

이란제 샤헤드-136를 복제한 러시아의 '게란-2' 드론의 위성 항법 장치 잔해. 2023.08.10/뉴스1(분쟁무기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전문가들은 샤헤드와 러시아에서 생산된 복제품이 모두 위성 항법 신호를 통해 사전에 설정한 목표 위치로 비행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반도체, 컴퓨터, 레이저 및 통신 장비와 같은 외국산 전자 장치가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외국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스플리터스는 조사팀이 발견한 상당한 부품이 2022년 2월 이후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러한 이유로 대러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CAR는 샤헤드 드론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기타 전자 제품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 본사를 둔 회사에서 공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러시아가 복제한 샤헤드-136은 러시아어로 게란-2 또는 제라늄-2로 불린다. 이미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언론에 이 복제품의 사진이 공개됐으며, 민주주의 수호 재단의 간행물인 '롱 워 저널'에도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왼쪽)과 러시아의 게란-2 드론(오른쪽). 이란제와는 달리 러시아 드론에서는 벌집 구조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3.08.10/뉴스1(분쟁무기연구소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제 드론의 동체는 가벼운 벌집 모양 소재로 제작된 것과 달리, 러시아산 복제품 게란-2는 탄소 섬유와 유리 섬유로 만들어졌다.

7월 전장에서 회수된 게란-2 드론 2대에는 이전에 전장에서 회수한 러시아 드론에서 발견된 '코메다' 전자 모듈이 장착되어 있었다. 조사팀은 러시아가 코메다 유도 시스템을 사용하여 드론이 비행하고 목표를 유도하는 데 필요한 내부 전자 장치를 단순화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러시아 드론 전문가인 사무엘 벤데트는 군사 분석가들이 이란 무기가 분쟁에 개입한 이후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단방향 공격 드론을 만들 수 있을지 여부를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언론에서 이 무기가 실제로 국내에서 조립된 것이며, 러시아 자체의 필요에 따라 설계에 변경 사항이 도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가 원래의 샤헤드 드론만큼 성능이 뛰어나고 대량으로 확장할 수 있는 드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최종 목표는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더 효과적이고 저렴한 드론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