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종신집권' 시대 열렸다…결선서 연임 확정(종합2보)
14일 1차 투표서 과반 미달…28일 결선서 연임 확정
에르도안 "공화인민당, 실패한 클르츠다로을루 심판할 것"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튀르키예(터키)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종신집권'에 도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권교체'를 노린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을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28일(현지시간) 개표가 98.52% 진행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1%의 득표율을 올린 반면 클르츠다로을루는 47.89%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선관위는 조만간 공식 집계와 함께 에르도안의 연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선언하며 "국민들의 지지로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투표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향후 5년간 통치할 책임을 주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공화인민당은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나쁜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결선 결과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여기에 에르도안이 중임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할 경우 임기는 2033년까지 연장돼 사실상 종신 집권을 하게 된다.
이번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지난 24일까지 해외에서 투표를 마친 재외국민 192만명을 포함해 641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결선 투표를 위해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19만1885개의 투표함이 설치됐으며, 투표율은 85.24%이라고 아나돌루 통신은 집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는 투표가 실시되기 전부터 유력시됐다. 1차 대선 결과 당초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에르도안이 대선 후보자 가운데 1위를 기록했고, 14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선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주도 인민 연합이 최대 정당 자리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있어 최선의 결과는 1차 투표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면서 모멘텀은 에르도안에게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튀르키예 동맹국들의 지도자들은 일제히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했다.
카타르의 군주(에미르)는 트위터에 "사랑하는 동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신의 승리를 축하한다. 새 임기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적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에르도안의 "의심할 여지 없는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압둘 하미드 드베이베 총리는 "에르도안의 승리는 그의 성공적인 프로젝트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자신감이 회복됐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권력을 통해 사회와 언론을 탄압한 인물로 평가받는 한편, 지지자들 사이에선 튀르키예를 현대화한 인물이자 이슬람주의를 강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의 발목을 잡은 주요 이슈는 경제난 문제가 대표적이다. 실제 튀르키예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4%에서 지난해 5.6%로 떨어졌고 올해는 2%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리라화는 2022년 초부터 달러 대비 약 70% 폭락해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튀르키예에 규모 7.8 대지진이 발생해 5만명 이상이 숨지자 비판의 화살은 에르도안 정권으로 향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늦장 대응에 더해 권위주의적 통치까지 문제삼으며 반발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심을 되돌리고자 조기 연금 수령과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 등 민심 달래기 정책을 쏟아냈다.
한편,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 14일 튀르키예 대선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아 상위 1, 2위 후보간 승자를 가리기 위해 실시됐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1%(약 2710만표)의 득표율을 올렸고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44.88%(약 2460만표)로 뒤따랐다.
이번 결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가 연장됨에 따라 그의 독재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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