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이대로는 못 견뎌" 영국서 50만명 파업 나섰다
주요 교통망 마비되고 수천 개 교실 텅 비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85% 문 닫거나 영향 받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영국에서 교사와 철도기관사, 공무원 등 무려 50만명이 생활비 위기를 이유로 대대적인 파업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노동조합회의(TUC)는 1일(현지시간)을 "2011년 이후 가장 큰 파업의 날"로 규정했고, 이로 인해 영국 내 주요 교통망 마비되고 수천 개의 교실이 텅 비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이번 파업은 프랑스에서 약 127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벌인 지 하루만에 발생했다.
영국 산업별 노조의 상급단체인 TUC에 따르면 이날 영국에선 교사 약 30만명과 120여개 정부 부처 공무원 10만명, 대학 교직원, 철도 기관사, 런던 버스기사 등이 파업 계획을 알렸다.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11%가 넘자 영국 공공부문에서는 이에 맞춰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임금 인상이 합리적이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며, 그 이상으로 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물가 상승 억제 시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들은 백만장자 출신인 수낵 총리가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생계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반 노동자들이 직면한 도전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영국 최대 교사 노조인 전국교육노조(NEU)는 이날 잉글랜드와 웨일스 공립학교 2만3000곳 가운데 85%가 전부 혹은 일부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다. NEU 측은 교사들의 파업 참여율이 그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런던 교사 나이절 애덤스(57)는 AFP에 "업무량은 항상 많아지고, 물가 상승과 함께 우리의 급여는 점점 낮아진다"면서 수천 명의 교사들과 함께 런던 중심가를 행진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사들은 "임금을 올려 달라" "선생님들을 나중으로 미루면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 밖에 우편 직원과 변호사, 간호사, 소매 부문의 직원들을 포함한 수만 명의 노동자가 최근 수 개월 동안 파업을 단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자리센터 직원이자 노조 대표인 그레이엄은 "일부 회원들은 일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 기관사들의 파업으로 런던의 기차역은 인적이 끊기거나 완전히 폐쇄됐다.
그러나 영국 정부와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질리언 키건 영국 교육장관은 타임스라디오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파업에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 만큼 영국 정부로서는 더 이상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공무원노조(PCS)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크 세르워카 PCS 수장은 "다음 주에는 구급대원과 간호사들의 시위가 준비돼 있고, 소방관도 합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