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네덜란드 부대사, 자택 침입 괴한에 폭행당해

그린피스활동가 체포 둘러싼 양국 갈등 심화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괴한들은 범행 뒤 집 안에 있는 거울에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성전환자)'라는 단어를 휘갈겨 쓰고 도주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의 온노 엘더렌보쉬 부대사는 최근 자신들이 전기공이라며 자택에 찾아온 남성들을 안으로 들였다가 봉변을 당했다.

범인들은 그를 폭행한 뒤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분홍색 립스틱으로 거울에 LGBT라는 글자와 하트모양 낙서만을 남겼다고 러시아 민영 인테르팍스 통신이 한 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엘더렌보쉬 부대사는 심하게 다치지 않아 치료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프란스 팀머만스 외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확인하며 엘더렌보쉬 부대사가 침입자 2명에게 폭행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엘더렌보쉬 부대사와 통화했다며 "그는 현재 잘 있다"고 전했다.

팀머만스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행사건은 최근 러시아 당국이 북극해에서 개발반대 시위를 벌이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을 억류한 것을 두고 러시아와 네덜란드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벌어졌다.

지난주 네덜란드 경찰이 헤이그에서 러시아 외교관을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하면서 양국관계는 더욱 얼어붙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팀머만스 장관은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른 관례를 위반했다고 인정하며 추후 러시아 정부에 사과했다.

ezyea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