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두고 COP28 연장협상…"더 강력한 합의에 근접"
COP28 폐막일에도 합의문 채택 불발…의장국 UAE 상대로 서방vs산유국 힘겨루기
美 기후특사 "강경한 표현으로 진전돼"…아랍OPEC "탈석유화는 지역경제 망쳐"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8)가 폐막일에도 끝내 막을 내리지 못했다. 산유국들의 압박으로 합의문 초안에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문구가 제외되자 채택을 거부한 미국·유럽연합(EU)과 도서국들이 밤새 연장 협상에 돌입하면서다.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화석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인 만큼 각국이 일찌감치 합의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3배 확대를 넘어 석탄·석유·천연가스의 단계적 퇴출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합의문에 사상 처음으로 명시할지 주목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각국 대표단은 폐막일을 하루 넘긴 13일(현지시간) 새벽에도 의장국 UAE를 상대로 합의문 문구를 확정하기 위한 물밑 협상을 이어갔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UAE 기후변화 특사인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의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합의문 내 화석연료와 관련한 표현들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도서국 사모아의 토올레슐루술루 세드릭 슈스터 환경부 장관은 "일부 분야에서 어제보다 개선된 점이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COP28 의장단 측 관계자는 AFP에 "우리는 거의 합의에 근접했다. '할 수 있다'와 같은 서술어는 다음 초안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UAE가 공개한 COP28 합의문 초안은 당초 옵션에 거론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대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줄일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기후 선진국들의 분노를 샀다.
미국은 '1.5도 상승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날리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을 겪고 있는 도서국들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EU도 '초안의 문구가 너무 약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합의문이 후퇴한 것을 두고선 화석연료로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산유국들의 압박에 UAE가 꼬리를 내린 결과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하라'는 서한을 13개 회원국에 발송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에너지 발전원이 아닌 탄소 농도가 문제'라며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산유국들은 대안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땅과 바닷속에 묻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내세웠고 이는 UAE의 합의문 초안에도 반영됐다. 그러나 CCUS는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데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현재로선 바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화석연료 퇴출에 찬성하는 국가들은 198개 당사국 중 과반인 130여개국으로 추산된다. 이날 네덜란드 외무장관인 웝크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절대 다수가 화석연료에 더 강력한 조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우디·쿠웨이트·이라크는 화석연료 퇴출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P) 회의에서 쿠웨이트 석유부 장관이 탈석유화를 "지역 경제를 망칠 인종차별적이고 식민주의적인 제안"이라며 격분했을 정도다.
여기에 더해 뒤늦게 화석연료 사용에 나선 개도국들은 그간 탄소배출에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루스 난카비르와 우간다 에너지부 장관은 전날 COP28 회의에서 자국 내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에 700억달러가 필요하지만 원유 파이프라인과 같은 화석연료 개발 비용은 480억달러에 불과하다면서 선진국의 지원 필요성을 시사했다.
COP의 일정을 관리하는 UNFCC 사무국은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각 오전 11시)에 새로운 합의문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안은 198개국 만장일치를 받아야 채택된다. 이전 초안에 담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고 △상당한 양의 메탄을 감축하는 한편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 등은 이견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간 탄소거래 및 국제 탄소거래 시스템 개발은 이번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만큼 내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COP29를 통해 관련 합의문이 나올 전망이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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