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반대로 '화석연료 퇴출안' 제외…美·유럽·도서국 강력 반발
UAE, COP28 합의문 초안 공개…美 기후특사 "우리가 원하는 내용 빠져"
OPEC 압력에 '탄소 감축'으로 후퇴 …대안인 탄소 포집기술 실현에 의문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달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8)가 11일(현지시간) 폐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최대 안건인 '화석연료 퇴출'이 산유국들의 반대에 밀려 결국 합의문 초안에서 제외됐다.
초안을 받아 든 미국·유럽 등 서방 선진국과 기후위기에 취약한 태평양 도서국들은 "지구온도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의장국인 UAE는 이날 COP28 합의문 초안을 공개했다. 8가지 조항으로 구성된 초안에는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고 △상당한 양의 메탄을 감축하는 한편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당초 합의문 옵션으로 거론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방안은 초안에 담기지 못했다. 대신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감축'해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대체하기로 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격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합의문 옵션에 있던 화석연료와 관련한 언급을 삭제하란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퇴출을 반대하라'는 서한을 8일 13개 회원국에 발송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에너지 발전원이 아닌 탄소배출 농도가 문제'라며 일찌감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반면 미국·유럽연합(EU) 회원국·태평양 도서국 등 80여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화석연료 퇴출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이날 밤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협정문 초안에는 우리가 원하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며 다시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케리 특사는 이어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해야한다고 요구해 왔다"며 "이는 향후 10년간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도 상승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며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무책임에 연루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외무장관인 웝크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UAE가 공개한 합의문 초안에 대해 "문제를 해결하기에 불충분하다"고 평가했고, 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은 "많은 국가가 초안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오세아니아 마셜제도의 존 실크 대표는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받는 태평양 도서국들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더해 산유국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CCUS 기술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무이사는 COP28을 앞두고 각국 대표들에게 로비전을 펼친 석유·가스업계를 향해 "막대한 양의 탄소 포집이 해결책이란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CCUS는 상용화된 기술이 아닌 데다 막대한 비용이 예상돼 당장은 상용화 하기 어렵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이날 3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의는 날을 넘겨 폐막 당일인 12일 오전 2시30분에 종료됐다. 합의문 두번재 초안은 12일 중으로 발표된다. COP28에 참석한 200여개국 대표들은 12일 오전 7시부터 합의문 문구를 두고 막판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유엔 기후변화 총회에서 합의문은 기한을 넘겨 채택된 경우가 많아 협상은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아그네스 파니에-루나허 프랑스 에너지부 장관은 "초안 문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기 협상을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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