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반입 혐의' 필리핀인 사형수, 14년 만에 인니에서 고국행
가족들 "취업 사기에 속아 마약 담은 여행가방 반입" 호소
필리핀 대통령 "가난한 어머니의 절박한 선택"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필리핀 출신 용의자가 14년 만에 고국으로 인도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스릴 이흐자 마헨드라 인도네시아 법률 및 인권 장관은 20일(현지시간)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마약 밀반입 용의자 메리 제인 벨로소의 필리핀 인도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벨로소는 2010년 헤로인 2.6㎏를 여행가방에 담아 인도네시아로 반입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벨로소의 가족과 지지자들은 벨로소의 결백을 주장하며 국제 마약 조직에게 휘말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벨로소가 해외에 가사도우미로 취직시켜 준다는 마약조직의 가짜 채용 공고에 속아 등록했고, 조직에서 들려준 여행가방에 숨겨진 마약이 들어있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벨로소를 취업 사기로 모집한 혐의를 받는 다른 용의자가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됐고 2015년 벨로소의 사형 선고가 유예됐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벨로소가 수년 간의 길고 어려운 협상 끝에 필리핀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시기는 내달로 예상된다.
마르코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수비안토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벨로소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며 "가난에 처한 한 어머니가 인생을 바꿀 절박한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벨로소는 서면 성명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할 희망의 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계속해서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벨로소는 직물 염색 등 감옥에서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가족들을 위해 생계를 꾸리겠다고 말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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