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때문에 팔려가는 소녀들…파키스탄 '몬순 신부' 증가
2022년 홍수 후 나머지 가족 생계 위한 소녀 매매혼 증가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파키스탄에 불어닥친 극심한 기상 현상이 어린 소녀들의 결혼을 부추긴다고 AF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미성년 소녀 결혼율은 최근 몇 년 동안 조금씩 낮아졌지만, 인권 운동가들에 따르면 2022년 전례 없는 홍수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기후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팔려 가는 신부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파키스탄에서 7월에서 9월 사이의 여름철 몬순은 수백만 명의 농부의 생계와 식량 안보에 필수적이지만,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몬순이 더 심하고 길어져 산사태, 홍수 및 장기적인 작물 피해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NGO 설립자는 "이에 따라 '몬순 신부'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면서 "악화한 기후로 생계가 어려워져 가족은 생존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첫 번째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딸을 돈과 교환하여 결혼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세 샤밀라와 그의 13세 여동생 아미나는 이런 몬순 신부의 예다. 샤밀라는 두배나 나이가 많은 남자와 결혼했는데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사는 게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샤밀라의 시어머니는 샤밀라의 부모에게 20만 파키스탄 루피(약 100만원)를 주었다.
샤밀라와 아미나가 6월에 합동결혼식을 올린 칸 모하마드 말라 마을에서는 지난 몬순(2022년) 이후로 45명의 미성년 소녀가 아내가 되었는데, 그중 15명은 올해 5월과 6월에 결혼했다.
2022년 몬순으로 홍수가 나기 전까지 소녀들은 경작하면서 살면 되었다. 하지만 홍수로 마을이 황무지가 되고 물이 오염되어 경작도, 물고기도 잡을 수 없게 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마을의 58세 여성은 "우리 마을에는 소녀들이 일하던 푸른 논이 있었다. 소녀들은 또 많은 채소도 재배했는데, 지금은 땅속의 물이 유독해서 다 죽었다. 특히 2022년 이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는 아동 결혼이 흔하며,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소녀 수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다고 AFP는 전했다.
ky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