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영토 분쟁' 인도-중국, 히말라야 국경 지역 긴장 완화 합의

"국경 충돌 발생 전인 2020년 상황으로 돌려놨다"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범라의 인도-중국 국경에서 간판이 보인다. 2009.11.1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국경 분쟁 중인 중국과 인도가 분쟁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등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수브라흐마냐무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특정 지역의 군사 순찰에 관한 협정은 이 지역을 치명적인 국경 충돌이 발생하기 전인 2020년의 상황으로 되돌려 놨다"며 "중국과의 분리 과정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중국 측에서도 "외교 및 군사 채널을 통해 중국-인도 국경의 관련 문제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한 후 양측이 해결책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양국 모두 구체적인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3440㎞ 길이 실제 통제선(LAC)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강, 호수, 만년설 등으로 구분돼 그 경계가 허술하다.

중국은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아루나찰프라데시 전체를 '남티베트'라고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또 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최남단이자 인도 서북부인 악사이친 고원을 두고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분쟁의 불씨는 1914년 그어진 맥마흔 라인이다. 맥마흔 라인은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과 티베트, 중국이 설정한 국경선인데, 이후 중국이 티베트를 자치구로 삼으며 상황은 꼬였다. 중국 측은 티베트가 독립국이 아니기 때문에 티베트가 서명한 맥마흔 라인도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양국이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건 다름 아닌 희토류 때문이다. 악사이친 고원은 아시아 최대 금속 매장지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납-아연 광산이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역시 강이 많아 석탄과 석유, 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다. 대리석, 석회석, 철, 흑연 등도 풍부하다.

이 탓에 중국과 인도는 1962년부터 국경 지역에서 꾸준히 무력 갈등을 치렀다. 최근에 양국의 갈등이 표출된 것은 지난 2020년 6월 중순 전략적으로 중요한 히말라야 국경지대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다. 중국은 당시 충돌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양국은 2020년 충돌 이후 국경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왔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양국 군대가 국경 분쟁 지역에서 2년 반 만에 충돌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중국과 인도 양측은 서로 각국의 군대가 먼저 국경을 넘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국경 지역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부터 러시아에서 열리는 브릭스 16차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두 정상이 이 자리에서 공식적인 일대일 회담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