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작가 중 왜 한강인가? 폭력의 시대 폭력에 천착[시나쿨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시쳇말로 드디어 한국도 ‘노벨 문학상 보유국’이 됐다.
문단은 물론, 전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최초의 수상이라며 축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수두룩한데 왜 굳이 한강일까?
한때 기자들이 노벨 문학상 시즌이 되면 고은 시인의 집에 몰려가 진을 치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했었다.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 문단의 거장은 많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도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국 문단의 거물이다.
그런데 노벨위원회는 왜 올해 54세에 불과한, 젊은 한강을 주목했을까?
일단 한강이 인류의 보편적 고민거리인 인간의 폭력성에 천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지구촌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지금까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2024년 지구인은 폭력이 난무하는 폭력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폭력성에 천착한 한강은 눈에 띌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한강의 학창 시절 아버지가 5.18 광주학살 관련 사진을 보여준 것이 그가 인간의 폭력성에 눈을 뜬 계기로 알려졌다.
한강은 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지만 5.18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살 무렵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느날 광주학살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광주의 참상에 대해 얘기한 이후 인간의 폭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은 모두 반폭력이 주제다. 특히 소년이 온다는 5.18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아버지에게 광주 학살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 아버지의 서재에 스스로를 감금하는 청소년기를 보낸 뒤 작가로 성장했다.
그는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책을 읽다가 책이 잘 보이지 않으면 불을 켜고 책을 계속 읽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스스로를 글 감옥에 가두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또 다른 중요 요소는 채식주의자가 권위 있는 영국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그의 작품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지방자치단체 중 축하 성명을 발표한 곳이 광주광역시다. 그가 광주 출생이기도 하지만, ‘소년이 온다’는 5.18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5.18의 비극이 문학적으로 승화해 노벨상으로 되돌아왔다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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