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지도자"…'대우상용차 인수' 타타그룹 명예회장 별세[피플in포커스]
미국 코넬대 졸업 후 귀국해 계열사 거쳐 1991년 회장으로 취임
평생 미혼…비행기 몰고 스쿠버다이빙 즐기면서 검소한 삶 살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인도 최대 재벌인 타타그룹을 창업한 라탄 나발 타타 명예회장이 86세 일기로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타타그룹은 성명을 내고 타타 회장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타타그룹은 성명에서 "타타그룹과 우리나라의 근간을 형성하는 데 헤아릴 수 없는 공헌을 한 비범한 지도자 라탄 나발 타타에 작별을 고하게 되어 상실감과 큰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타타 회장에 대해 "비전 있는 사업 지도자이며 열정적 영혼을 가진 대범한 인간이었다"며 "그의 죽음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영국의 조나단 레이놀즈 상무부 장관도 타타 회장에 대해 "재계의 거인으로 영국 산업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1937년 태어나 미국 코넬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그는 1962년 인도로 돌아와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1868년에 세운 타타그룹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지금의 타타자동차인 텔코, 타타스틸 등 여러 계열사에서 일했다. 그는 계열사인 내셔널 라디오&일렉트로닉스 컴퍼니에서 적자를 없애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91년 타타 회장은 삼촌이었던 J. R. D. 타타의 뒤를 이어 타타그룹 지주회사인 타타선스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계열사 사장 권한 제한, 정년 제도 시행, 젊은 직원 승진, 계열사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의 개혁 조치를 취했다.
1996년에는 통신사인 타타 텔레서비스를 세우고 2004년 현재 타타그룹에서 매출액이 가장 높은 IT 기업 타타 컨설턴시서비스를 상장시켰다.
이후 타타그룹은 해외 기업들을 사들여 국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타타그룹은 2000년 영국의 차 회사인 테틀리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계 제철회사인 코루스를 130억 달러(약 17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코루스 인수는 당시 인도 기업이 단행했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다.
타타 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특히 주력해 왔다. 그는 1998년 인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인디카라는 자동차를 개발했고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 나노를 출시했다. 다만 큰 성공을 거둔 인디카와 달리 1200달러(약 162만 원) 가격의 나노는 안전 문제와 마케팅 실패로 인해 10년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나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2022년 나노를 몰고 다니다가 그 영상이 공개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타 회장은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섰다. 타타자동차는 2008년에는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포드자동차에서 인수했다. 2004년에는 대우자동차에서 독립한 대우상용차를 인수하기도 했다.
2012년 은퇴한 뒤 타타선즈의 명예회장을 지낸 타타 회장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조용한 성격으로, 비교적 검소한 삶을 살면서 자선 사업을 했다. 실제로 타타선즈 지분의 3분의 2는 자선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또한 그는 비행사 자격증이 있어 이따금 회사 비행기를 조종하고 다녔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자신이 기른 애완견에 대해 큰 애정을 갖기도 했다.
타타 회장은 무역과 산업 분야에서 탁월한 공로를 세운 것으로 인정받아 2008년 인도에서 민간인에 주는 두 번째로 높은 상인 파드마 비브후샨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타 회장은 2016년 타타선즈 회장직에서 억만장자 가문인 샤푸르지 팔론지 가문 자손 사이러스 미스트리를 축출하자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타타그룹은 미스트리가 악화한 실적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미스트리는 타타 회장이 명예회장으로서 계속 그룹 일에 간섭하고 권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미스트리는 2022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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