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찰, 범죄용 메시지 앱 '고스트' 개발한 한국계 남성 체포

호주, 프랑스 등 도움받아 암호화된 앱 해독·침투에 성공
고스트 메시지·통화 감시해 50명을 살해, 납치 등에서 구해내

18일 호주 연방경찰이 고스트라고 불리는 범죄용 암호화 커뮤니케이션 앱 개발과 관련한 한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 호주 경찰은 이탈리아, 중동, 아시아 등에서 수백명의 범죄자들이 이 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2024.09.18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호주 경찰이 범죄 목적으로 암호화된 메시지 앱을 개발한 한국계 남성을 체포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호주 경찰은 '고스트'라고 불리는 암호화 커뮤니케이션 앱을 개발한 혐의로 17일 시드니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한국계 남성 정 모 씨(32)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정 씨는 별다른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18일 범죄조직 지원 및 범죄로 수익을 얻은 혐의로 시드니 법원에 출두했다. 정 씨는 변론을 제기하거나 보석 신청을 하지 않아 11월로 예정된 다음 재판까지 구금될 예정이다.

경찰은 정 씨가 이 앱을 2017년 범죄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정 씨가 고스트가 탑재된 특수 단말기를 6개월 구독료가 포함된 2350호주 달러(약 213만 원)를 받고 전 세계 각지의 범죄자들에게 유통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4개 주에서 관련 인물 38명을 체포했다. 이안 매카트니 호주 연방경찰 부청장은 캐나다, 스웨덴,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9개 국가의 사법 당국도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암호화 등 특수 기능을 갖춘 고스트는 실제로 많은 범죄자들이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됐다. 매카트니 부청장은 "이탈리아·중동·한국 범죄조직과 오토바이 갱단 등 수백명의 범죄자들이 호주 및 외국에서 고스트를 사용해 마약을 불법으로 수입하고 살인을 지시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경찰은 2022년 고스트 해체를 위한 유로폴 주도의 글로벌 태스크포스에 참가했다. 경찰은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고스트 앱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해 플로리안 마네 프랑스 내무부 국가사이버사령부 기술부서장(대령)은 "여러 해에 걸쳐 태스크포스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앱의 통신 암호를 해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호주 경찰은 또 정 씨가 정기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임의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앱을 손상해 호주 내의 기기로도 앱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호주 경찰은 지난 3월부터 고스트를 통해 이루어진 12만 5000개의 메시지와 120건의 영상 통화를 감시해 50명을 살해, 납치, 또는 심각한 부상의 위험에서 구해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