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 교황, '무슬림 87%' 인니 도착…3만3000㎞ 날아 아·태 순방 시작

4일 조코위 대통령과 회담…5일에는 6개 종교 대표와 회동

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땅그랑의 소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야쿳 콜릴 쿠마스 인도네시아 종교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2024.09.03 ⓒ 로이터=뉴스1 ⓒ News1 유수연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종교 화합을 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4개국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행선지로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땅그랑 지역의 소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착륙 후 기자들에게 "이 여행에 동행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제가 해 본 것 중 가장 긴 비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야쿳 콜릴 쿠마스 종교부 장관이 마중을 나와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세계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고급 차량 대신 검은색 도요타 차량에 탑승해 환영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교황은 이날 휴식을 취한 뒤 첫 일정으로 4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난다. 인도네시아에는 6일까지 4일 간 머무른다.

종교 간 화합을 위해 진행된 이번 순방은 올해 87세인 교황의 재임 기간 동안 가장 먼 지역으로의 여행이다. 약 3만3000㎞에 달하는 하늘길을 날아온 교황은 12일 간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인도네시아는 공식적으로 가톨릭과 개신교, 불교, 힌두교, 유교, 이슬람교까지 6개 종교를 인정하고 있다. 이중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3%도 채 되지 않는 약 800만 명이다. 반면 무슬림은 2억4200만명으로 인구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순방은 종교 간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가톨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1970년, 198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미셸 샴봉 싱가포르 국립대학 신학자 겸 인류학자는 "교황이 이라크와 바레인, 튀르키예, 모로코에서 이미 전달한 메시지를 다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샴봉은 "교황의 이번 방문은 인도네시아 내 가톨릭 신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슬람과 기독교 간 대화의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일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종교적 공존의 상징인 이스티크랄 모스크에서 6개 종교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각 종교 대표들은 폭력의 확산, 환경 파괴 등에 반대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stop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