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유누스, 방글라 임시 정부 지도자로 취임…"법 질서" 강조

"법과 질서 바로잡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학생 시위 이끈 지도자 등 고문 자격 내각 구성원 12명도 선서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 수반(chief adviser)이 8일 모함메드 샤하부딘 대통령 주관으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4.08.09 ⓒ AFP=뉴스1 ⓒ News1 권진영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방글라데시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84)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 축출 후 세워진 임시 정부의 수석 고문으로 8일(현지시간) 취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누스는 수도 다카에서 열린 취임 선서식에서, 시민사회 지도자·장군·외교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헌법을 옹호하고 지지하며 보호하겠다"며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가장 먼저 사회 질서 회복을 촉구했다. 유누스는 "법과 질서는 우리의 첫 번째 임무"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달 16일,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며 시작된 학생 주도의 반정부 시위는 유혈사태로 번지며 누적 455명이 사망했다. 결국 하시나 총리는 사퇴 후 인도로 피신했다.

유누스는 "나를 신뢰한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누군가를 향한 공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거듭 질서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시위를 일으킨 젊은이들과 위험을 무릅쓴 이들에 대한 경의 표현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들은 국가를 보호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장관이 아닌 고문이라는 직함을 가진 내각 구성원 12명도 유누스와 함께 선서했다.

여기에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차별 반대 학생 단체의 최고 지도자 나히드 이슬람과 아시프 마흐무드를 비롯해 전 외무부 장관, 전 법무부 장관, 환경 변호사, 전 정권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권 운동가 아딜루르 라만 칸 등이 포함됐다.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은 공개적으로 유누스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군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를 단속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임시 정부에서 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유누스에게 "행운을 빈다"며 양국의 협력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토머스 킨 국제 위기 그룹 분석가는 "이번 시위는 방글라데시 역사상 지각변동의 순간"이 될 것이라며 "일당 국가가 될 위험에 처해 있었는데 20대 Z세대 학생들이 주도한 평화적 거리 운동을 통해서 하시나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유누스는 하시나 총리 정권하에서 100건이 넘는 형사 사건에 연루되고 동성애를 조장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AFP는 그가 정치적 동기로 기소돼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후, 해외에서 체류하다가 지난 7일 방글라데시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짚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