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되찾은 폭로자 줄리언 어산지, 고국 호주 도착

"호주의 조용한 외교와 강도 높은 로비가 석방에 큰 역할"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26일 모국 호주 캔버라 공항에 도착, 트랩을 내리며 양 손 엄지를 세워 보이고 있다. 2024.06.26 ⓒ AFP=뉴스1 ⓒ News1 임여익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이창규 기자 = 미국 정부의 군사 기밀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던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가 14년 만에 '자유의 몸'이 돼 26일(현지시간) 고국 호주에 도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어산지가 탄 여객기가 이날 오후 호주 수도 캔버라 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양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어산지가 자유인으로서 호주에 돌아올 수 있도록 협조한 미국과 호주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산지의 석방 배경에 호주가 미국에 파견한 일련의 비공개 사절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어산지의 변호사인 제니퍼 로빈슨도 호주의 조용한 외교와 강도 높은 로비가 어산지의 석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2022년 노동당 집권 이후 어산지의 석방을 위해 외교적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 주재 호주 연방 고등판무관 스티븐 스미스를 어산지가 수감됐던 벨마시 교도소에 파견하기도 했다.

이날 앞서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 사이판 지방법원은 최종 심리에 출석한 어산지에게 형량 합의에 따라 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영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기간을 인정받아 바로 석방됐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인 첼시 매닝을 통해 미 국무부의 외교 기밀문서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등을 입수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특히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보고서엔 미군이 저지른 살상 행위 등이 담겨 논란이 됐다.

이에 미국은 어산지의 폭로가 국가 안보를 위협했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을 비롯한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간첩법 위반 등 18가지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어산지는 이날 법정에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입수해 폭로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어산지는 체포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중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고 2012년부터는 영국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그러나 에콰도르가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2019년 대사관에서 축출됐고 영국 경찰에 체포돼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5년여간 수감생활을 했다.

미국은 어산지가 체포된 후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어산지는 미국 법정에서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맞섰다. 어산지의 이날 심리가 미국 본토가 아닌 사이판에서 열린 것도 그가 미국행을 거부했고 그의 모국인 호주와 가깝기 때문이었다.

결국 어산지는 미국 법무부와 '유죄 인정 형량 감경 협상'(plea bargain)을 타결하면서 지난 24일 영국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그가 미국으로 송환돼 혐의가 모두 인정됐을 경우엔 사형 또는 175년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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