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400석 압승' 기대했으나 연합 293석에 그쳐…국정 운영 타격 불가피
BBC "모디, 정책 추진 위해서는 연합 여당의 소수 정당에 의존해야"
CNN "야권 연합, 임무에 실패한 것 처럼 보여도 '무적 모디' 이미지 훼손"
- 권진영 기자,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김예슬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총선에서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다. 총선 자체에서는 이겼지만 줄어든 여권의 입지에, 일각에서는 의회에서 줄어든 입지가 국정 운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인도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아직 1개 선거구에서 개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는 총 543개 의석 중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 중심 여당 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이 최소 293석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최소 232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했다.
BJP는 지난 2019년 선거에서 연합이 아닌 단독으로 303석이나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63석이나 줄어든 24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BJP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인도에서는 연방하원 의석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정당이나 정치연합의 지도자가 정부를 이끄는 만큼, 모디 총리의 집권 3기에서는 연합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BBC는 이날 모디 총리가 "엄청난 타격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성적은 "압도적인 출구조사 결과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처음으로 모디 총리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NDA의 소수 정당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CNN 역시 "압도적인 과반을 얻으려는 그(모디)의 목표는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너덜너덜해졌다"며 "이는 정부 구성을 위해 연립 파트너에 의존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개표 윤곽이 드러나자 인도 전국의 BJP 당 사무실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흐른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모디 총리를 축출하려던 야권 연합이 일견 임무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적의 모디'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고 논평했다.
인도 싱크탱크 옵저버 연구 재단의 정치분석가 라쉬드 키드와이도 "결과는 모디라는 브랜드가 희석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큰 좌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모디노믹스' 아래에서 인도 경제가 성장했을지 몰라도,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는 점이 투표 결과에도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WSJ은 "정치 분석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 문제에 대한 불만에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며 "유권자들은 화려한 억만장자 거물들이 거주하는 세계 경제 강국 중 하나라는 이미지와 수억 명의 국민이 실업과 인프레이션에 직면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이미지 사이에서 단절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선거 결과는 인도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BJP의 의석이 지난 총선 때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개혁 추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모디 총리의 핵심 동맹인 가우탐 아다니가 소유한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의 주요 상장사 주가는 25%포인트나 급락했다가 소폭 반등했다.
분석가들은 세가 불어난 야당과 동맹국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디 총리가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법 개혁 등을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치 평론가 아라티 제라스는 AFP통신에 "노동·토지 개혁 등 급진적인 개혁은 새 정부가 매우 천천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연립 정부의 압박 외에도 훨씬 더 강력한 야당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첫 번째 임기 당시, 산업 통로·농촌 주택 건설 및 농촌 전화, 국방 목적의 토지 매입 등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려다 야당의 거센 저항으로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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