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인도, '反무슬림' 시민권 개정법 시행…"정치적 목적" 비판

불법 이민자 중 이슬람 제외 6개 종교 신자에게만 시민권 부여

지난 1월3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예산회의 첫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의회에 도착해 언론에 연설하고 있다. 2024.01.3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인도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반(反)무슬림법이라고 비판받는 시민권 개정법(CAA)을 11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총리실 대변인은 "모디 정부가 시민권 개정법 시행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법은 난민의 시민권에 대한 법적 장벽을 제거해 수십 년 동안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존엄한 삶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 법에 대해 많은 오해가 퍼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행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인도 하원과 상원은 지난 2019년 CAA를 통과시켰다. CAA는 2014년 12월31일 이전에 인도에 들어온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 출신 불법 이민자 중 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파시교·기독교 등 6개 종교 신자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 대상자에는 무슬림만 빠지며 당시 무슬림들의 반대 시위를 촉발했다.

CAA 시행은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가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인도인민당)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워 온 모디 총리가 이번 총선을 통해 3연임을 확정지을 경우, 인도 내 무슬림 탄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도는 80%의 힌두교도와 15%의 무슬림(약 1억8000만 명)으로 구성됐는데, 모디 정부는 통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무슬림을 억압해 왔다.

모디 정부는 2019년 8월 무슬림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종교 박해를 피해 온 망명자들에게는 시민권 획득을 허용하면서도 무슬림은 사실상 제외했다. 지난 2022년에는 일부 지역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며 무슬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해 보란 듯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 집결에 박차를 가했다.

전인도트리나물회의당(TMC) 대표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기자회견에서 "4년 동안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 선거 발표 2~3일 전에 이 법을 시행한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법이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