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총선서 임란 칸 진영 선전…'군부 심판' 작용했나

주요 세 정당 모두 과반 확보에는 실패…총리에는 누구?

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페샤와르 임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밖에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지지자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24.02.0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파키스탄 총선 개표가 막바지를 향하는 가운데 수감된 임란 칸 전 총리가 이끄는 진영이 선전하고 있다. 다만 주요 정당 모두 의석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며 누가 총리직에 오를지는 불분명하다.

1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소속 후보들이 98석, 파키스탄무슬림연맹(PML-N)이 69석, 파키스탄인민당(PPP)이 51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22석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무소속 후보들은 대부분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소속들이다.

2018~2022년 파키스탄 정부를 이끈 칸 전 총리는 정치적 실세인 군부와 마찰을 빚으며 2022년 4월 의회 불신임 투표로 축출됐다.

이후 정치적 반대 세력과 군부가 미국 행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축출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군부의 억압을 받고 있다. PTI 소속 후보들도 군부 아래에서 탄압당하며 대부분 출마가 금지됐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PML-N이나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의 PPP가 남은 22석을 확보하더라도, 과반을 차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CNN은 "이 나라 세 주요 정당 중 그 어느 당도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169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따라서 스스로 정부를 구성할 수 없고, 누가 국가의 차기 총리로 선출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칸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주장하며 지지자들에게 "이제 여러분의 힘을 보여달라"며 "여러분은 나에 대한 신뢰를 지켰고, 엄청난 투표율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사실상 군부가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군부의 물밑 지지를 받는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에 '군부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 남아시아연구소장인 마이클 쿠겔먼은 CNN에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도 파키스탄 정치에서 군부의 지배적인 역할에 대한 국민투표였다"며 "PTI 유권자들은 군부가 선거 결과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반항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파키스탄 곳곳에서는 투표 조작을 주장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파키스탄 북서부 키베르 파크툰크와주 샹글라에서 PTI 당원들과 경찰이 충돌해 최소 2명이 숨지고 24명이 사망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