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무슬림 보란듯 종교 분쟁지에 사원…'힌두 민족주의' 모디 총선 승부수

'인구 15%' 이슬람교와의 분쟁지에 개관
표심 대다수 차지 힌두교도 지지 노림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했다. 24.01.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했다. 올해 3연임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을 집결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모디 총리는 이날 인도 북부 우타르푸라데시주 아요디아에 있는 힌두 신 람(Ram)을 모시는 힌두 사원 봉헌식을 주재했다.

모디 총리는 "오늘 수 세기의 기다림 끝에 람 신이 도착했다"며 "람은 분쟁이 아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고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부터 영화배우, 스포츠스타 등 7000명이 모였다.

힌두교를 상징하는 샤프란(주황)색 깃발이 곳곳에서 휘날렸고, 금잔화 꽃이 사원 입구를 장식했다. 수만 명의 신자들은 '라마 신'을 외치며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이날을 공휴일로 선포했으며, 주 전역의 학교와 주류 판매점도 문을 닫았다.

아요디아는 힌두 라마신이 태어난 곳으로, 신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고대부터 내려왔던 힌두교 사원이 있던 자리에 1528년 무굴제국 황제가 이슬람 모스크를 세웠고, 19세기 중반 영국이 모스크 밖에서 힌두교도들의 참배를 인정하며 충돌은 끊이지 않았다.

30년 전인 1992년 힌두교도들이 무굴제국 시대 모스크를 파괴하며 갈등은 더욱 격화했다.

이번에 지어진 사원도 모스크가 파괴된 자리에 지어졌다. 1만 평 부지에 들어선 이 사원에는 건축비로만 150억 루피(약 2400억원)가 투입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한 가운데 개관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4.01.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모스크 건설과 파괴와 함께 이어진 갈등의 역사를 품은 도시에 모디 총리가 전면적으로 나선 건 올해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오는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인도에서는 5년마다 하원 선거를 치르는데, 총리는 다수당이나 연정에 의해 선출된다. 지난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2019년 인도인민당(BJP)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두 번째 임기를 맞이했다.

특히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집권 3기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는 80%의 힌두교도와 15%의 무슬림(약 1억8000만 명)으로 구성됐는데, 모디 정부는 통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무슬림을 억압해 왔다.

모디 정부는 2019년 8월 무슬림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종교 박해를 피해 온 망명자들에게는 시민권 획득을 허용하면서도 무슬림은 사실상 제외했다. 지난 2022년에는 일부 지역 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며 무슬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CNN은 "이번 개관식은 모디의 선거 캠페인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람 만디르(사원 이름)는 이 나라를 힌두 국가로 변화시키려는 모디의 꿈을 실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 진원지인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아요디아 새 힌두교 사원 개관식에 참여한 가운데 개관식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4.01.22 ⓒ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모디 총리는 이 사원을 '복수 정치'의 상징물로 앞세워 힌두교도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분석가 닐란잔 무코파디야는 미국의소리(VOA)에 "수십 년간의 싸움과 투쟁 끝에 모디를 수장으로 한 승리 의식이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치 분석가 산딥 샤스트리도 VOA에 "모디가 10년 동안 집권했다는 사실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BJP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북인도에서 사원 개관으로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야권에서는 모디 총리가 사원 개관식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훌 간디 전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는 "모디 총리가 완전히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칭했다.

야당인 전인도이슬람교연맹이사회의 아사두딘 오와이시 의원도 "바브리 마스지드(이슬람 모스크)는 매우 체계적으로 약탈당했다"며 "1992년에 (힌두교도들에 의해) 파괴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같은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모디 총리가 종교와 국가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정치분석가 라쉬드 키다위는 VOA에 "이 사원은 모디에 의해 인도 문명사의 최고점으로 홍보되고 있다"며 "BJP는 힌두교 다수 공동체의 종교적 관심이 그들의 정치적 의제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