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미중 패권전쟁 직격탄 맞은 항셍 ELS 투자자들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신랑! 홍콩 항셍지수는 계속 떨어져?”
“미국이 중국을 열라 패는데 지들이 무슨 방법이 있겄어. 당분간 계속 떨어진다고 봐야지…근데 왜?”
"나 항셍 ELS(주가연계증권)에 연동된 저축상품에 돈 묻어 뒀어"
“내가 명색이 중국 전문 기잔데, 먼저 물어보지 그랬어”
“그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3년 전에는 금리가 1%대여서 수익이 더 많이 난다고 해서 항셍 ELS 펀드에 연계된 저축 상품에 가입했어”
“얼마나?”
“좀 많이. 은행 담당자가 지금 해약하면 원금 40% 정도는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네.”
“일단 지금은 해약하지 말고 연말에 하셔. 최근 미국증시가 좋고, 연말 랠리가 있을 수 있으니”
최근 각시와 나눈 대화다. 촌스럽지만 우리는 지금도 서로를 신랑, 각시라고 부른다.
각시가 요즘 금융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있는 항셍 ELS와 연동된 저축 상품에 가입한 것이다.
항셍 ELS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로, 이와 연계된 저축상품이 저금리 시기에 대규모로 발행됐었다. 최근 만기가 도래하면서 큰 손실이 예상된다.
H지수는 지난달 30일 현재 2021년 고점 1만2000선에서 절반 이하로 내린 5853.70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아시아 시황을 쓸 때, 제목에 항셍지수는 넣으면 클릭수가 많이 나가고, 넣지 않으면 클릭수가 별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 이제야 명쾌하게 이해된다. 국내에 항셍 ELS와 연동된 저축상품에 묶인 투자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은행권이 잇달아 판매중단에 들어갔고, 정부도 총량을 규제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한국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이 중국을 작정하고 패는 마당에 당분간 중국 경기가 ‘V’자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H지수가 드라마틱하게 반등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미중 패권전쟁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대륙인 중국 세력의 끝이고, 해양인 미국 세력의 끝이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최전선인 것이다. 따라서 미중 패권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징중안메이(經中安美,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 상황에서 미중 패권전쟁은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앞으로 또 어디로 그 불똥이 튈지 모른다.
미중 패권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아무쪼록 연말에 항셍지수가 조금이라도 올라 각시가 손실을 소폭이라도 줄였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각시가 “당신 정말 중국 전문기자 맞아”라고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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