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선, 남중국해서 마셜군도 유조선과 부딪혀…어부 3명 사망(상보)

필리핀 해경 "선주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기상 악화로 유조선 접근 감지 못한 듯"

지난 24일(현지시간)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들이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설치된 장애물 주변에서 항해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2023.9.2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박재하 기자 =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4일 마셜군도 선적의 유조선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과 우발적으로 충돌해 어부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지난 2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서 약 157㎞ 떨어진 해역에서 자국 어선이 미확인 외국 상선과 충돌해 침몰했다고 밝혔다.

승선자 중 11명은 생존했으며 사망자 3명 중에는 선장이 포함됐다.

아르만도 발릴로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이날 "사고를 조사 중이지만 해안경비대는 마셜군도 선적의 '퍼시픽 애나' 호가 어선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필리핀 선박이 기상 악화로 인해 유조선의 접근을 감지하지 못했고, 그 결과 충돌이 일어나 배가 전복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퍼시픽 애나 호의 선주가 누구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어부들의 죽음을 애도한다면서 유가족들에게 "이 불행한 해양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건은 스카버러 암초를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19세기 필리핀에 좌초된 영국 화물선에서 이름을 따 왔다. 이 일대 해역은 1997년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해 있다.

하지만 중국은 2012년부터 이 해역을 점거하면서 해경선과 어선들을 계속해서 보내 필리핀 어민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필리핀은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에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불법이라고 제소했고, PCA는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으나 중국은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중국이 이 해역에 약 300m 길이의 부표 장벽을 설치하면서 필리핀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됐다.

필리핀은 이 장벽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지난달 29일 마르코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해경국 간위 대변인은 이 장벽을 제거한 주체가 중국이라면서 필리핀이 자작극을 벌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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