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정보 부족"…말레이 실종기 수색 비관론 고조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공개한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가 촬영한 호주 퍼스(Perth)에서 남서 방향으로 약 2000km 지역 해상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해상 부유물체 위성영상. © News1

</figure>무인로봇잠수정을 통한 말레이시아 실종기 수색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사실상 기체 잔해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18일(현지시간) "우주 수백만 킬로미터 상공으로 탐사로봇과 우주선을 보내고 있는 시대에 바다 속 4.5km를 보지 못하면서 현대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종기를 찾는 것은 고사하고 해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모으는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370편 탐색을 위해 미 해군이 지원한 무인로봇잠수정 '블루핀-21호'는 다섯 번째 임무를 위해 18일 투입됐다. 앞선 네 차례의 탐색 결과 실종기와 관련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임무 중 한 번은 잠수 한계선인 해저 4500m를 넘어가면서 잠수정에 내장된 안전장치가 작동해 6시간 만에 수색을 마치고 수면으로 자동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섯번째 임무에서는 당국이 '블루핀-21호'의 잠수 한계를 수정해 해저 4695m까지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블루핀-21호'가 이 정도 깊이까지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장비에 위험할 수도 있어 전개상황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블루핀-21호'는 하루 최대 약 102㎢ 면적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20시간 동안 해저 4500m 깊이까지 탐사가 가능하다. 탑재된 센서와 레이더, 음향측심기, 카메라를 통해 이동하면서 해저 지형을 지도로 그려낸다.

◇ 해저 지형에 대한 정보 부족

전문가들에 따르면 심해 해저면의 약 95%는 지도로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에릭 밴시벨 해양학 교수는 "해저면의 상세한 지형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는 매우,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저 바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빛, 무선통신, 엑스레이, 와이파이 등 대부분의 현대 통신 기술은 전자기방사선(electromagnetic radiation)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바닷물이 이들을 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밴시벨 교수는 "물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소리"라며 "이 때문에 음파를 통한 탐색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학적 파동으로 형성돼 있는 '음파'는 액체와 같이 밀도가 높은 매개체를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임'은 그러나 음파도 수심 4500m 깊이를 관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바다 가득 채운 쓰레기 더미도 '문제'

실종기 수색을 어렵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바다 속을 채우고 있는 쓰레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약 5조2500억 점의 플라스틱 폐기물, 즉 50만t에 이르는 쓰레기들이 지구상의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전 세계 해상에는 크게 5곳의 거대 쓰레기섬이 존재한다. 해류가 소용돌이 치면서 쓰레기들을 한 곳에 축적시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곳은 70만~1500만㎢ 규모에 이르는 '범태평양 쓰레기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실제로 370편 수색이 시작된 이래 수면 위와 바다 속에 있는 대량의 표류물 때문에 작업이 계속 지연됐다. 여객기가 지난달 8일 사리진 이후 지금까지 '잔해 추정' 물체들이 수차례 발견됐지만 모두 쓰레기로 확인된 바 있다.

국제수색팀은 18일에도 항공기 12대와 선박 11대를 동원해 호주 퍼스로 북서쪽으로 2000km 떨어진 해역 5만1870㎢ 면적을 수색했지만 당국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노력이 '헛수고'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국 몬트레이만 수족관연구소가 총 8000시간에 이르는 해저 모습을 촬영한 영상들을 연구·분석한 결과 해저 바닥에는 '믿기 힘들 정도'의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들 가운데 3분의1 정도가 플라스틱이며 그밖에 봉투, 병, 상자, 화물선에서 떨어진 선적 컨테이너 등이다.

연구를 이끈 카이라 슐라이닝 연구원은 "그처럼 깊은 바다에 그 많은 쓰레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인간의 일상활동이 바다 밑 3km가 넘는 곳까지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타임은 이에 대해 "우리가 눈으로 확인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370편 여객기가 우주로 사라졌다면 지금쯤 찾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바다 속에서의 수색이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도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 '블루핀-21호' 1대로는 370편 여객기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9년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한 에어프랑스 사건 당시에도 '블루핀-21호'를 비롯한 무인로봇잠수정 3척이 투입돼 2년 만에 기체를 찾는데 성공했다.

또한 수색 해역의 바닥이 진흙으로 덮여있어 실종기의 잔해가 가려져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h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