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막가파' 아베 제동…야스쿠니 불참, 위안부 대응 요구

과거사 재사과도 검토 요청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아베 신조 일본 총리© News1

</figure>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며 한편으로는 중일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좌충우돌 행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 행정부도 동북아에서 긴장을 유발시키는 아베 총리의 행동과 발언을 이대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함께 동아시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전의 사과를 다시 검토하도록 아베 총리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WSJ은 밝혔다.

특히 같은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한국이 문제시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측의 대응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관리들은 동북아 지역 문제 해결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하는데 한일 간 갈등은 이에 대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4월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동북아 안정을 위한 이러한 정지 작업을 미국 정부가 확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방일중인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이 24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과 만난 자리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는 입장을 다시금 밝히며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번스 부장관은 "미국이 야스쿠니 문제를 언급한 것은 한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지역 안정에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거듭 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한편 중일 관계를 1차 대전 직전의 독일과 프랑스 관계에 비유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서방 언론과 중국 정부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조성된 동북아 긴장을 더욱 높였다는 비판이다.

이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일본 총리가 현재 중·일 관계를 1914년 유럽 상황에 비유한 것 자체가 "오싹하다"며 "양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저하시킨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아베 총리는 이 난국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총리는 (취임 후) 거의 일년 동안 국수주의적 분위기를 억제시키지 못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자제 했어야 하며, 평화헌법 수정 야욕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총리로서 지역 불안의 원인이 중국의 군비 증가에 있다고 한 발언도 역효과만 낳았다. 중국이 군비를 크게 늘려왔지만 일본의 자위대는 중국이 필적할 수 없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BBC 역시 아베 총리가 중일 관계를 1914년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댔다고 전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이 비유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지도자가 이를 언급했기 때문에 여파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을 놓고 지난 수개월 동안 긴장관계에 있다고 전하면서 중일 관계를 1차 대전 직전의 영독 관계에 비유한 발언으로 양국 간 설전(war of words)이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 총리에 대해 신사 참배를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일관계를 1차대전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빚댄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일본 지도자의 역사적 기억은 번지 수가 틀렸다"며 "역사를 직시하고 거울로 삼아야 일본과 아시아 이웃국가들의 관계에 미래가 있다"고 훈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열리는 제 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 중국과 일본 간 전쟁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를 부인하지 않고 양국 간 관계를 1차 대전 직전에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며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지구상 어느 나라의 지도자라도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신사 참배를 정당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