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로에 선 대한항공…감독 교체하고 팀 재정비 나설 듯

부상 악재 속 준우승…'잘 싸웠지만' 토미 감독과 결별 확정
'신예 거포' 임동혁 중심 팀 개편 가능성…신임 사령탑 곧 발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 대한항공 선수들이 세트스코어 3대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상금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4.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경기, 대한항공 선수들이 세트스코어 3대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상금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4.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통합 4연패로 '왕조'를 구축했던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5연패 실패와 함께 감독 교체, 주축 선수들의 FA 등으로 팀을 재정비할 조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0-25 25-18 19-25 23-25)으로 패했다.

1~3차전을 모두 내준 대한항공은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리그 3위로 통합 5연패에 실패한 데 이어, 챔프전 5연패의 꿈도 무산됐다.

2020년대 들어 단 한 번도 왕좌를 놓치지 않았던 대한항공은 오랜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다.

부상 악재 속에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부터 정지석과 한선수, 정한용, 곽승석, 김민재, 김규민 등 준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외국인 선수 1순위로 지명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역시 잦은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이 많았고, 정규리그 막판 카일 러셀이 합류했지만 현대캐피탈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리베로 오은열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해 정지석과 곽승석이 '임시 리베로'로 나서기도 했다. 결국 시즌 중반에서야 아시아쿼터 외인으로 이가 료헤이를 영입하는 등 전력 구성에 난항을 겪어야했다.

대한항공을 떠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대한항공을 떠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뉴스1 DB ⓒ News1 김영운 기자

정규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은 2위 KB손해보험과의 플레이오프에선 1패 후 2연승의 '역스윕'으로 저력을 보여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단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면서도 8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을 일궈낸 것만으로도 '잘 싸웠다'고 할 수 있을 시즌이기도 했다.

왕좌에서 내려온 대한항공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당장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결별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준우승이 확정된 후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며 대한항공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만 34세의 젊은 나이였던 2021-22시즌부터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아 2023-24시즌까지 3연속 통합 우승을 함께 한 '명장'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준우승을 한 올 시즌을 기점으로 팀에 변화를 주기로 선택했고, 틸리카이넨 감독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신임 감독 역시 외국인 감독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FA 자격을 얻는 정지석. / 뉴스1 DB ⓒ News1 박정호 기자

팀 전력도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의 올 시즌 장점 중 하나는 두꺼운 선수층이었다. A팀/B팀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주전급 선수가 많아 변화무쌍한 라인업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확고한 주전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선수(40), 유광우(40), 곽승석(37), 김규민(35) 등 베테랑이 많아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당장 올 시즌 종료 후 팀 내 FA도 3명이나 된다. 곽승석과 김규민, 그리고 정지석(30)이다.

우승을 계속하던 상황에선 이들을 모두 잡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변화를 꾀하는 현시점에선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중 '국내 에이스' 정지석과의 재계약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다만 정지석의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걸린다. 예전과 같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한항공 잔류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다음 시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임동혁. /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이런 가운데 신예 거포 임동혁(26)이 올 10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임동혁을 중심으로 전력을 개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은 세터 김관우(19)와 2순위 미들블로커 최준혁(21)도 차츰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최준혁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고, 한선수와 유광우 등 2명의 '40대 세터'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김관우를 위한 시간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다. 한동안 남자 배구의 절대 강자였던 대한항공의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