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첫 우승' 강성형 감독 "좋은 선수 만난 덕…삼세번이라 의미 커"

[일문일답] "힘들었던 1라운드 넘기면서 끈끈해졌다"
"남자부서 여자부 감독으로…딸에게 많이 조언 받아"

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 배구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강성형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좋은 선수들 만난 덕이죠."

감독으로 '삼세번' 끝에 정상에 오른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우승 후에도 '덕장'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 덕분'이라며 우승의 공을 돌렸고, 여자 선수들과의 소통 역시 딸의 도움을 받았다며 웃어 보였다.

현대건설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22-25 25-17 23-25 25-23 15-7)로 이겼다.

챔프전 3경기를 모두 승리한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통합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현대건설의 우승은 2010-11, 2015-16시즌에 이어 3번째이며, 통합 우승은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 2021년 현대건설의 감독으로 부임한 강 감독은 감독으로는 첫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2021-22시즌엔 코로나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며 우승 타이틀을 갖지 못했고, 지난 시즌엔 부상 여파로 흔들려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오른 정상의 자리다.

경기 후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강성형 감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도 5세트까지 가서 체력적 부담이 컸는데, 잘 이겨내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면서 "2021-22시즌에 승률이 높았고, 작년에도 운이 안 따랐는데, 삼세번 만에 해내서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그는 "시즌 전 현대건설을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그래도 힘들었던 1라운드를 잘 넘어가면서 끈끈해졌다. 구성원을 하나로 모은 것이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줄곧 남자팀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강성형 감독은 2019년부터 3년간 여자대표팀 수석코치를 한 것을 계기로 여자부 감독이 됐다. 처음에는 소통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그는 "이제는 화를 내고 싶어도 이미지 때문에 못 내겠다"며 웃은 뒤 "소통은 갈 수록 어렵다. 집에 딸이 있는데, 많이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우승의 공은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선수 때 2번, 코치 때 2번 정도 우승했다"면서 "감독 맡고서는 처음 우승했는데, 역시 어렵다. 선수들 잘 만나서 이런 영광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다음은 강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오늘도 5세트 갔다. 체력적 부담 왔는데 잘 이겨내서 선수들에게 고맙다. 정규시즌 때의 1점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됐다. 바로 플레이오프에 갔다면 부상자 많아서 힘들었는데,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21-22시즌 코로나 때문에 우승을 못했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때도 부임하고 좋은 기록 세우고 승률 높았는데 운이 안 따라줬다. 작년도 그렇고 운이 안 따랐는데 삼세번 만에 해냈다는 게 더 의미가 크다.

-시즌 앞두고 우승권 아니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원동력을 꼽자면.

▶외인이나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출혈이 있어서, 현대건설은 어렵지 않냐는 얘기 들었다. 1라운드 힘들었는데 잘 넘어가면서 끈끈해진 것 같다. 매번 부상 땜에 어려웠는데 모마가 끝까지 자리를 잘 지켜주고 역할을 잘 해줬다.

-2019년 KB손보 이후 여자팀 맡을 때 이런 순간 생각했나.

▶팀을 가고 싶다고 가는 건 아니다. 올림픽 수석코치라는 임무를 줘서 여자 배구 접해봤다. 외국인 지도자와 호흡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현대건설은 어느 정도 선수는 구성됐지만 최하위에서 출발했는데, 구성원을 하나로 모은 게 큰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소통할 때 교감하고 격의 없이 지내는 게 돋보였는데.

▶지금은 화를 많이 내고 싶은데,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웃음). 3년차를 하다 보니까 소통이 가면 갈 수록 어렵다. 그 부분을 더 잘 배워야 할 것 같다. 집에 그만한 딸도 있고 해서 딸한테 도움도 받는다. 선수들이 이전과 달라졌다. 예전엔 아재 개그 하면 웃어주고 했는데, 잘 안 웃어주더라.

-화를 참은 덕에 세리머니 때 덜 맞은 거 아닌가.

▶아니다. 선수들이 많이 때렸다. 안 뛰게 해준 선수들도 그렇고 감정이 들어간 거 아닌가 생각한다. 이다현이 특히 아프다. 마지막에 한방은 양효진이 때리더라.

1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 배구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아시아쿼터 외인 위파위 평가하면.

▶그 자리가 굉장히 중요했다. 아웃사이드 쪽이 빠지고 정지윤, 고예림도 힘들어했는데 위파위가 안정적으로 해줬다. 처음엔 호흡이 잘 안 맞는 부분도 있었는데 워낙 잘 하는 선수라 팀에 잘 녹아든 것 같다. 물론 모마가 잘 했지만 위파위의 역할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모마가 한계가 명확한 선수였는데 선발한 배경은.

▶2년 동안 봐왔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 큰 부상이 없었고, GS칼텍스에서 성공률이나 득점력 봤을 때, 우리가 미들블로커 높이가 있어서 괜찮다고 봤다. 장점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전 아니지만 한미르, 고민지의 활약도 좋았는데.

▶서브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군가 했는데 민지가 좋은 역할을 해줬다. 파이팅도 좋고 기본기가 좋다. 한미르는 3년째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세터를 하면서 리베로로 전향하고 기본기 배우는데 서브가 좋고 2단 토스도 잘 해준다. 두 선수가 서브로 얼마나 상대를 괴롭히느냐였는데, 시즌 때도 좋았지만 챔프전에서 잘 나온 게 큰 힘이었다.

-감독으로서 우승, 개인적인 소회는.

▶선수 때 2번, 코치 때 2번 정도 우승했다. 감독 맡아서 처음 했는데 어렵긴 어렵다. 선수들 잘 만나서 이런 영광을 얻은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