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김연경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핑계대고 싶지 않다"
현대건설전 맹활약…"페퍼전 패배 충격 컸지만 극복"
"원정 응원 덕에 더 힘나…최종전 반드시 3점 따야"
- 권혁준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역시 흥국생명의 '해결사'는 김연경(36)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한 순간 날아올라 팀을 구해냈다.
흥국생명은 12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7-25 25-20)으로 이겼다.
이날 경기의 히로인은 단연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16점으로 외국인선수 윌로우 존슨(21점)보다는 적은 득점을 기록했지만, 순도가 달랐다.
그는 1세트 18-21 상황에서 연속 득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윌로우가 1세트 단 2점에 공격 성공률 7.69%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연경의 '하드 캐리'가 1세트 역전을 이끈 셈이었다.
2세트에서도 20점 이후 집중력을 발휘하며 듀스 접전 끝 승리를 이끌었다. 3세트에선 윌로우가 완전히 살아난 덕에 김연경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김연경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게 처음으로 져서 충격이 컸다"면서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아서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오늘 중요한 경기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30대 중반인 김연경에게 한 시즌을 다 치르는 것은 쉽지 않은 강행군이다. 특히 김연경은 공수 양쪽에서 모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김연경 스스로도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을 핑계 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오니까 지치긴 한다"면서도 "그런 건 이유가 될 수 없다. 핑계라고 생각한다. 남은 한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더 좋아질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극적인 역전 1위 탈환 가능성을 남겼다. 자력은 안 된다. 16일 GS칼텍스전에서 승리한 뒤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을 잡아주길 바라야 한다.
김연경은 "요즘 페퍼 컨디션이 좋더라"면서도 "우리 경기가 먼저라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기더라도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커진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수원체육관은 3836석이 모두 팔렸다. 현대건설의 1위 확정을 보기 위한 홈팬들도 많았지만, 흥국생명을 응원하는 '핑크 티셔츠' 원정 응원단도 상당했다.
김연경은 "오늘 매진된 것으로 아는데, 내 눈에는 우리 팬들이 더 많이 오신 걸로 보였다"면서 "더 힘이 났고, 응원에 결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편 김연경은 이날 15개의 디그와 8개의 리시브로 수비 23개를 추가해 개인 통산 수비 5000개를 돌파(5009개)했다. 이는 국내 선수 기준 15호 기록이다.
김연경은 "그만큼 오래 뛰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동료들이 다 같이 해준 것이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