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선 보이는 아시아쿼터에, 바뀐 공인구…V리그 판도에 미칠 영향은

[V리그개막③] 수준 높아진 동남아 배구, '용병 2명' 효과 볼수도
공인구 빠른 적응도 변수…'AG 참패' 후 변화 첫 걸음 기대감도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흥국생명 레이나(왼쪽부터), 정관장 메가왓티, 현대건설 위파위, 한국도로공사 타나차, IBK기업은행 폰푼, GS칼텍스 톨레나다, 페퍼저축은행 필립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새 시즌 V리그에서는 판도를 바꿀 만한 변수가 2가지 존재한다. 바로 아시아쿼터와 바뀐 공인구다. 눈에 보이는 전력만으로 쉽게 판도를 예상하기 힘든 이유다.

2023-24 도드람 V리그는 14일 인천 대한항공-현대캐피탈(남자부), 김천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여자부)의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 여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 시즌 V리그에는 아시아쿼터 외국인선수가 새롭게 도입된다. 팀 별로 한 명씩의 아시아 국적 선수들을 보유하게 돼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실제 팀 전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아시아쿼터로 들어온 외인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선수들인데, 최근 동남아시아 배구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팀이 고전한 것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남자 대표팀은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패했고, 여자 대표팀도 베트남에게 2세트를 먼저 빼앗은 뒤 내리 3세트를 내주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기존 외인과 다르게 포지션도 제 각각이다. 그동안의 외국인 선수는 팀 내 득점을 전담해줄 '주포'를 뽑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1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서 7개 구단 아시아쿼터제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리카드 잇세이, OK금융그룹 바야르사이한, 대한항공 에스페호, 한국전력 료헤이, KB손해보험 리우훙민, 삼성화재 에디, 현대캐피탈 차이 페이창. 2023.10.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하지만 아시아쿼터의 경우 각 팀의 사정에 따라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포지션을 영입했다.

여자부의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는 태국과 필리핀 출신 세터인 폰푼과 톨레나다를 영입했다.

또 남자부 한국전력은 리베로 료헤이 이가(일본)를,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은 미들블로커인 바야르사이한 밧수(몽골), 차이페이창(대만)을 불러들이기도 했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팀에 얼마나 녹아드느냐에 따라선 '외인 두 명'을 쓰는 효과를 낼 수도 있기에 시즌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 폰푼이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3.10.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특히 여자부의 경우 폰푼(IBK기업은행), 위파이 시통(현대건설), 타나차 쑥솟(한국도로공사) 등 3명이 태국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좀 더 큰 전력보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남자부도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몽골 출신의 밧수(OK금융그룹)와 에디 자르가차(삼성화재),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오타케 잇세이(우리카드) 등이 주목받는다.

아시아쿼터는 기존 국내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늘어난만큼, 출전시간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기량을 보여줘야하는 상황이 됐다.

공인구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V리그는 올 시즌부터 3시즌 간 국제배구연맹(FIVB) 공인구인 '미카사'를 쓰기로 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취지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민감한 변화일 수 있다. 특히 공에 예민한 포지션인 리베로와 세터의 경우 빠른 적응이 필수적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에 공식 사용구 '미카사 V200W'가 놓여져 있다. 2023.10.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미카사볼의 리시브가 더 어렵다. 완벽한 리시브 성공률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볼 터치를 얼마나 잘 하느냐도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부의 '장수 외인'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쿠바)도 "리그 공인구가 바뀌면서 더 강력한 서브를 위해 힘과 체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지난 시즌까지 공인구는 가벼워서 힘을 조금만 실어도 강하게 나갔지만 미카사 공은 다르다"고 했다.

아시아쿼터의 도입과 공인구 교체. 이 변화는 결과적으로는 리그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배구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남녀 모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참한 실패를 겪고 돌아온 뒤, 공교롭게도 리그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됐다. 긍정적으로 보면 한국 배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지는 결국 구단과 감독, 선수들의 몫이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