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처럼 데뷔해 드라마처럼 마무리…'축구천재' 박주영다운 고별전
울산 대관식날 1골 1도움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울산HD의 베테랑(39) 박주영이 만화 같은 데뷔로 시작한 선수 커리어를 드라마 같은 마무리로 끝냈다.
박주영은 23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8라운드 최종전서 후반 28분 교체 투입, 약 17분을 뛰면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울산은 박주영의 만점 활약을 앞세워 4-2로 승리, 울산의 대관식을 완벽한 축제로 만들었다.
이로써 박주영은 자신의 축구 커리어 시작과 끝을 모두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주영은 만화처럼 K리그에 데뷔한 선수다. 2005년 혜성처럼 모습을 드러낸 뒤 K리그 19경기 12골 3도움, 리그컵서 11경기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축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K리그는 박주영을 보기 위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구름 관중이 운집할 만큼 '박주영 신드롬'이 불었고, 박주영은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박주영은 무럭무럭 성장해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됐다. 그는 2008년 AS모나코(프랑스)로 이적하며 유럽에 진출한 뒤 아스널(잉글랜드), 셀타비고(스페인), 왓퍼드(잉글랜드), 알샤바브(사우디) 등에서 뛰다 2015년 다시 서울에 돌아왔다.
박주영은 2016년 서울의 리그 우승을 확정하는 결승골을 넣는 등 계속해서 간판스타로 활약하다, 2022년 울산으로 이적했다.
이미 노장에 속했던 박주영은 울산에선 2022년 6경기 0골을 기록했고, 2023년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팀의 상징적 역할을 맡으며 여전히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냉정히 말해 그라운드 안에서 기능하는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듯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드라마처럼,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마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듯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박주영은 후반 39분 감각적 패스로 아타루의 결승골을 도왔고 후반 44분에는 이청용의 크로스를 받아 온몸을 내던지는 아크로바틱한 슈팅으로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2020년 10월 24일 강원FC 득점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넣은 골이자,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찬스를 살린 '승부사'다운 작품이었다.
아울러 박주영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주관인 K리그와 리그컵 등을 합쳐 공격 포인트 99개를 기록, 세 자릿수 달성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날만 2개(1개 1도움)를 몰아치며 기어이 세 101개를 이루고 축구화를 벗었다.
박주영은 쐐기골 득점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울산 팬들 앞에서 포효한 건 물론, 이어진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서도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웃었다.
'청춘 만화'로 시작해 '감동의 드라마'로 끝난 박주영의 축구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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