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승격한 안양의 성공 키워드 '베테랑'·'팬'·'도전자'

K리그2 우승…다음 시즌 1부리그로

K리그2 우승을 확정한 안양 선수들. (프로축구연맹 제공) 2024.11.2/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2에서 우승, 창단 후 처음이자 11년 만에 승격에 성공한 FC안양의 성공 키워드는 '베테랑', '도전자', 그리고 팬이었다.

안양은 지난 7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병훈 감독을 비롯해 주장 이창용, 부주장 김동진이 참석해 소감을 밝혔다.

K리그에 1·2부 제도가 도입됐던 2013년 창단, K리그 챌린지(현 2부리그) 시절부터 줄곧 2부리그에 있었던 안양은 이번 시즌 11년 만에 처음으로 1부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안양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베테랑이었다. 안양이라는 팀은 K리그1에 처음 뛰게 될 '신인'이지만, 팀 구성원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유병훈 감독은 "지난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6위), 우리 팀에 좋은 베테랑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팀을 나갈 뻔한 선수들도 많았는데, 그들과 재계약을 하면서 다시 힘을 내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왼쪽)과 리영직(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실제로 안양은 올해 이창용(34), 이태희(32), 김동진(32) 김정현(31) 등 베테랑들과 대거 재계약을 맺었고, 이들은 팀 전술의 핵심으로 기능하며 안양의 고공행진에 앞장섰다.

리그 막판엔 큰 중압감에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에도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준 덕에 끝까지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유병훈 감독은 전술적 조치로 베테랑들이 더욱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나이대가 높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보니 강한 압박과 높은 체력을 요구하면 시즌 중 무리가 갈 수 있었다. 대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팀 스타일을 택했다"고 했다.

이창용은 "안양이 나를 영입할 때 '내가 없으면 안 되는 팀'이라고 하더라. 그런 대우, 처음 받아봤다. 그런 안양을 위해 무엇이든 해내고 싶었다"는 말로 올해의 동력을 대신 설명했다.

안양은 베테랑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의 장점을 잘 살렸고, 베테랑들은 팀을 잘 이끌어 승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FC안양의 승격 파티(안양 제공)

팬들의 간절한 염원 역시 안양 승격의 일등 공신이었다.

안양은 1위를 확정 짓던 지난 2일 약 2000명의 원정 팬이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승격 후에는 안양 홈구장인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수백명의 팬이 홍염과 함께 축하 파티를 여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 밖에도 안양 팬들은 시즌 내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숫자가 경기장을 찾았다.

안양 팬들은 2004년 안양LG치타스가 없어진 뒤, 염원을 모아 새롭게 시민구단을 창단한 흥미로운 역사도 갖고 있다.

유병훈 감독은 "안양 구단은 (창단 후) 11년 동안 승격을 기다렸지만, 팬들은 (안양LG가 없어진 이후부터) 20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 것"이라면서 "팬들의 응원과 믿음 덕분에 이뤄낼 수 있었다. 1부리그는 우리 팬들이 원래부터 있었어야 했던 자리"라며 치켜세웠다.

라커룸에서 환호하는 안양 선수들. (프로축구연맹 제공) 2024.11.2/뉴스1

마지막 키워드는 도전자다.

안양은 매 시즌 상위권에 랭크되며 K리그2 강호로 분류됐지만, 이번 시즌 새롭게 부임했던 유병훈 감독은 "그동안 한 번도 승격한 적이 없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자의 정신으로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는 내년에도 유효하다. 이제는 K리그1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막내로 더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K리그2 우승에 취해있다간 다시 강등되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유병훈 감독은 "도전자 입장을 계속 가져가겠다. 내년엔 1부에 처음 도전하니 다시 '초보 감독'이 된 기분이 들 것 같다"고 각오를 밝힌 뒤 "올해는 수비적 헌신이나 위치를 강조하다 보니 득점력이 미흡했지만 내년에는 공격력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K리그1 우승 팀 울산 HD를 잡아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싶고, 안양 팬들의 염원을 담아 FC서울을 상대로도 한 경기 정도는 꼭 잡겠다'며 도전자다운 당찬 출사표도 전했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