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마다 대성공, 홍명보의 번뜩인 용병술…'난적' 이라크 잡았다
선발 출전 기회 잡은 오세훈·배준호 선제골 합작
아래로 내려간 이강인·위로 올라간 설영우도 주효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이 '난적' 이라크를 꺾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홍명보 감독의 번뜩이는 용병술이 돋보였다.
직전 경기였던 요르단전 베스트11과 비교해 두 자리를 바꿨는데 선발 기회를 받은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배준호(스토크)가 선제골을 합작했고,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아래로 내린 효과도 컸다. 여기에 교체 카드로 나선 오현규(헹크)와 문선민(전북)은 다시 리드를 안기는 귀중한 골을 만들어 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경기 용인의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이라크를 3-2로 이겼다.
오세훈이 선제골을 넣어 기선을 제압했고 이라크에 동점 골을 허용했으나 곧바로 오현규와 이재성(마인츠)이 연달아 골을 터뜨려 귀중한 승점 3을 땄다.
이번 10월 A매치 2연전은 월드컵 본선 진출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꼽혔는데, 한국은 요르단, 이라크를 연파하고 승승장구했다. 3연승을 질주한 한국은 3승 1무(승점 10)를 기록, 조 2위 이라크(승점 7)와 거리를 벌리면서 B조 선두를 굳게 지켰다.
이날 경기는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압축됐는데 한국의 힘이 더 강했다. 3차 예선 B조 최다 득점 1위 한국은 무실점을 자랑하던 이라크 골문을 세 차례나 열며 웃었다.
홍 감독의 맞춤형 카드가 통하면서 이라크를 무너뜨렸다.
지난 10일 요르단을 2-0으로 이겼던 한국은 최대한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공격수와 왼쪽 날개를 바꿨다. 최전방에는 주민규 대신 오세훈을 세웠고 손흥민과 황희찬, 엄지성이 부상으로 이탈한 왼쪽 측면에는 '신성' 배준호를 기용했다.
요르단전에서 주민규, 오현규에게 밀려 결장했던 오세훈, 그리고 A매치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배준호 모두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일방적으로 공세를 펼치고도 소득이 없던 한국은 전반 41분 기어이 득점에 성공했다. 라이트백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공을 받은 배준호가 골문 앞의 오세훈에게 건넸다. 곧바로 오세훈이 왼발 슈팅한 것이 이라크 수비수 레빈 술라카의 발을 맞고 골로 연결됐다.
오세훈은 A매치 4경기 만에 첫 골을 기록했고, 배준호는 요르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도움을 올렸다.
이 득점 과정에서는 이강인과 설영우의 역할도 중요했다. 홍 감독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이강인이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3선까지 내려가 경기를 조율하도록 했다. 대신 설영우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오른쪽 측면 공격에 힘을 실었는데, 이런 움직임이 선제골의 시발점이 됐다.
오세훈의 선제골로 기분 좋게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후반 5분 만에 동점 골을 허용했다. 순간적으로 수비 조직력이 흔들리면서 경계 대상 1순위였던 아이멘 후세인의 바이시클킥을 막지 못했다.
이라크의 매서운 반격에 당한 홍 감독은 빠르게 전술 변화를 택했다. 후반 14분 오세훈과 배준호를 빼고 오현규와 문선민을 교체 투입, 공격진에 변화를 줬는데 이게 주효했다.
후반 29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에서 빠른 돌파로 이라크 수비에 균열을 냈다. 이라크 수비수가 문선민의 패스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흘러나온 공을 이재성이 다시 패스, 오현규가 왼발로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요르단전에서도 교체 출전해 쐐기 골을 넣어 2-0 승리를 이끌었던 오현규는 이라크전에서도 득점, A매치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1-1 균형을 깬 한국은 흐름을 탔고, 후반 38분 추가 득점을 넣었다. 레프트백 이명재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재성이 골문 앞에서 몸을 날려 머리로 받아 넣었다. 요르단과 원정 경기에서 헤더로 선제 결승 골을 넣었던 이재성은 이라크전에서도 머리로 득점을 올렸다.
홍 감독은 이라크전을 앞두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조직적인 공격을 펼칠 것이다. 생각대로 잘 안 풀릴 경우를 대비, 다른 방법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는데,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이라크의 단단한 수비를 허물며 쾌조의 3연승을 달렸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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