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악마도 야유…홍명보 축구인생에서 손꼽히게 중요할 오만전

선임 절차 논란으로 홈 관중들에게 야유 받는 처지
오늘 밤 11시 오만 상대로 두 번째 경기, 승리 절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지 2개월 만에 큰 위기에 처했다. 이제 겨우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금 팬들에게 인내심을 기대하긴 어렵다. 당장 눈앞에 닥친 오만 원정을 승리하지 못하면 진짜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 그의 축구 인생을 통틀어 손꼽히게 중요할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펼쳐진 팔레스타인과의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경기력에 여러 아쉬움을 남기며 0-0으로 비겼다.

오만전에서도 한국이 승리를 챙기지 못한다면 3차 예선 운영 계획은 꼬일 수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기존 32팀에서 48팀으로 출전국이 확대되면서 아시아에도 출전권이 8.5장 부여됐다. 이전과 비교하면 월드컵 출전권 획득을 따내기에 여유가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해 4차 예선까지 치러야 한다면 본선을 준비할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한국이 절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이기지 못한 한국 입장에서 오만 원정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가지고 돌아와야한다.

홍명보 감독 개인에게도 이번 경기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손흥민.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주장이자 주전 수비수로 활약, 한국의 첫 준결승행을 이끈 홍 감독은 현역 시절 '영원한 리베로'라 불리는 등 한국 축구의 '전설' 반열에 올랐다. 현역 은퇴 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급하게 지휘봉을 잡고 나섰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무 2패로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특히 알제리전 2-4 참패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월드컵 성적과 '의리 축구'라 조롱받던 경기 외적 이슈로 홍 감독은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2년 전 올림픽에서 이뤘던 성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대표팀을 떠난 홍 감독은 행정가(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 프로팀 울산 HD 사령탑으로 성공하며 다시 축구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긴 시간을 기다린 홍 감독은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는데, 과정의 삐걱거림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다. 여론은 대한축구협회(KFA)가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과정으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팔레스타인전에서는 홈 경기장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야유를 들어야했다.

출발부터 지지받지 못한 홍 감독이 여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기 위해서는 준수한 경기력과 만족스러운 성적이 따라야 하는데, 일단 첫판에서는 실패했다. 만약 오만전에서도 팬들이 원하는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수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는 것은 이미 팔레스타인전에 여실히 드러났다. "자신은 비난을 받아도 괜찮으나 선수들은 응원해 달라"고 말했으나 리더가 힘을 받지 못하면 팀은 흔들린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를 위해서, 한국 축구를 위해서 오만 원정은 너무도 중요하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