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향한 전문가 쓴소리 "전술도, 스피드도, 에너지도 부족했어"

"컨디션 떨어진 손흥민, 오만전 교체도 고려해야"
한국, 10일 오후 11시 오만과 월드컵 예선 2차전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를 0대0 무승부로 마친 대한민국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4.9.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 전문가들이 졸전으로 끝난 홍명보호의 팔레스타인전에 대해 "경기 템포가 느리고 다이내믹함이 부족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첫 출항부터 삐걱댄 홍명보호는 아쉬운 경기력과 함께 승점 1점(1무)을 따는 데 그쳐, B조 6개 팀 중 중간 순위 4위에 자리했다.

안방서 시원한 대승을 기대했을 팬들에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결과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6일 '뉴스1'에 "전술은 결국 결과론이다. 이기지 못했으니 전술도 안 좋았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렵다. 홍명보 감독이 혹독한 신고식을 했다"면서 "팀 스피드와 과감한 도전이 부족했다. 전술적으로 좀 더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옵션을 갖췄어야 했는데, 각 포지션이 너무 고정돼 있다 보니 대응이 쉬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상대가 포백으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측면 자원들이 자기 포지션만 지킬 게 아니라 다양하게 움직이며 순간적인 수적 우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전술적인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2024.9.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한준희 해설위원 역시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경기였으니 전반전부터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스탠스를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면서 "빌드업 템포와 좌우 전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반전에는 공격이 너무 측면에만 치우쳤다. 후반전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중앙으로 이동한 뒤엔 좀 나아졌으나, 여전히 중앙 하프 스페이스 활용 비율은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견해도 더했다.

김 해설위원은 전술 외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듬성듬성 파인 잔디와 빡빡한 일정 속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졌던 점도 승리를 놓친 이유라고 봤다.

그는 "그라운드 상황이 너무 안 좋기는 했다. 선수들은 팀 스피드를 더 끌어올리려 했겠지만, 불규칙한 바운드 때문에 의도대로 공을 컨트롤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몇 번 불규칙 바운드에 호되게 당한 뒤에는 템포를 올리는 걸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이 결정적 찬스를 놓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게 미세한 컨디션 차이다. 컨디션이 평소 정도였더라도 들어갔을 기회"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슈팅을 하고 있다. 2024.9.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첫 경기서 졸전 끝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이동, 7일 오전 오만으로 이동해 현지에 도착한 당일 저녁부터 곧바로 훈련을 시작한다. 2차전은 10일 오후 11시 오만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다음 상대 오만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체코를 유로 2020 8강으로 이끈 야로슬라프 실하비 감독이 지난 2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뒤 3승 1무 1패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1차전서 이라크에 0-1로 졌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이라크보다 앞섰다. 까다로운 중동 원정에서 열리는 경기라 한국이 갖는 부담도 크다.

해설위원들은 다가올 오만전에서는 선수 기용의 변화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김 해설위원은 "한국에 오느라 지친 해외파 선수들이 다시 오만으로 가느라 또 체력과 컨디션 손실을 겪어야 한다. 특히 손흥민은 컨디션이 완전히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선수단 관리 운영의 묘도 필요해 보인다"고 견해를 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양민혁을 비롯한 선수들이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과의 경기를 앞두고 가진 훈련에서 러닝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2024.9.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는 "손흥민을 안 뛰게 할 수는 없겠지만, 먼저 투입해서 결정을 지을 것인지, 전반전에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 놓고 후반에 투입할 것인지 등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만을 상대로는 세트피스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쉽게 넣으면 경기가 잘 풀릴 수 있다. 또한 세트피스 수비도 가다듬어야 한다. 팔레스타인전에선 세트피스서 허점이 보였다"고 짚었다.

한 해설위원 역시 "수비에 집중하는 오만과 같은 팀을 상대로는 안정성보다는 좀 더 에너지 넘치는 젊은 자원들 위주의 기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면서 "중원에 정호연(광주), 측면에 양민혁(강원) 같은 선수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특히 유럽파의 경우 소속팀에서 경기하고 곧바로 소집, 팔레스타인전까지 뛰면서 체력적으로 버거운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점검해 선발 조합을 짜겠다"고 밝혔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