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브라질서 울었던 홍명보-손흥민, 짐 나눠지고 새 출발선에 서다

10년 만에 대표팀 감독과 캡틴으로 재회
5일 오후 8시 서울W서 팔레스타인 상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왼쪽)과 손흥민. 2014.6.23/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좌절했던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이 10년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그땐 초짜 감독과 새내기 공격수였는데 이젠 두 사람 모두 베테랑이 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서 손을 맞잡은 두 조합이 이번엔 함께 웃을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갖는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공석이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10년 전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서 1무2패(승점 1)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홍 감독은 많은 비난 속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스로 "축구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고백했을 만큼, 홍 감독에겐 잊고 싶은 기억이다.

손흥민이 14일 오후 경기도 파주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D-30 관련 인터뷰 및 박지성 선수 은퇴와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News1 DB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에게도 2014년 월드컵은 아픈 상처다. 첫 월드컵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알제리전에서 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팀의 부진 속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고, 쓰린 탈락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이후 10년이 흘러 둘은 2026 월드컵이라는 또 다른 꿈의 무대를 함께 정조준한다. 10년 동안 둘의 상황은 많이 변했다.

쓴잔을 마셨던 홍 감독은 이후 축구 행정가를 거쳐 울산HD의 감독으로 부임, 팀을 두 시즌 연속 K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등 내공을 쌓았다.

손흥민은 이어진 두 번의 월드컵에 주장으로 출전하고 아시아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수상하는 등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됐다.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5일 팔레스타인과 경기를 치른다. 2024.9.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 4일 열린 팔레스타인전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 감독은 나란히 앉은 손흥민을 보며 "10년 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손흥민은 모두의 기대대로 잘 성장했고, 이제는 실제로 많은 걸 짊어지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바람이 그대로 이뤄졌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흥민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은 "손흥민이 불필요하게 갖고 있는 책임감과 대표팀에서의 무게감을 나눠서 들겠다"며 제자를 배려하기도 했다.

손흥민 역시 "2014년에 감독님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10년이 참 빨리 지나갔다"면서 웃은 뒤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감독님의 스타일을 존중한다. 한 팀의 선장이 굳이 부드러울 필요가 없다. (홍 감독이 강조하는) 규율은 운동장 안팎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며 신임 사령탑에 힘을 실었다.

우여곡절 끝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와 절치부심 명예 회복을 노리는 홍 감독과,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이 될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으려는 손흥민 모두 이번 도전은 아주 중요하다.

지난 아픔을 양분 삼아 성장한 둘의 재결합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낼까. 홍명보 감독과 손흥민이 함께하는 3차 예선의 출발점에 많은 시선이 모인다.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