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린가드의 더욱 특별했던 복귀전…"환상적 기분"

'딸' 호프 린가드 방한해 K리그1 제주전 관전
"우리 아빠가 진짜 축구를 잘해요"

FC서울의 제시 린가드(오른쪽)와 딸 호프 린가드. 2024.8.16/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FC서울의 '슈퍼스타' 제시 린가드(32)에게 한 달 만의 복귀전은 딸이 처음으로 '직관'한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린가드는 경기 전 에스코트 키즈로 나선 호프 린가드(6)의 손을 잡고 그라운드로 입장했으며, 자신을 응원하는 딸을 위해 45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린가드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45분을 소화하며 서울의 1-0 승리에 일조했다.

지난달 13일 울산 HD와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한 달 동안 전력에서 이탈한 린가드는 이날 돌아왔다.

아직 100% 몸 상태가 아니었고 팀 훈련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딸을 위해 꼭 뛰고 싶었다. 17일 영국으로 출국하는 딸에게 아빠가 뛰는 모습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김기동 감독은 경기 직전 "린가드가 팀 훈련을 100% 소화하지 못했고 연습경기도 뛰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기를 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린가드가 딸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크지 않겠나. 골까지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서울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전반 8분에는 수비수를 제치고 예리한 슈팅을 날린 것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다만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린가드는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확연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결국 김기동 감독은 전반전 종료 후 린가드를 교체했다.

린가드는 교체 후 김 감독과 인사를 나누면서 밝게 웃었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사령탑에 고마움도 전했다.

FC서울의 제시 린가드(오른쪽)와 딸 호프 린가드. 2024.8.16/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경기 후 딸을 안은 채 인터뷰에 응한 린가드는 "부상 후 축구가 굉장히 그리웠다.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했는데, 그만큼 서울 팬들 앞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많이 노력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딸의 계속된 애교에 '딸 바보 아빠' 린가드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딸이 내가 축구하는 모습을 본 게 오늘이 처음이다. 그래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경기 시작 전에 딸과 함께 입장할 때부터 환상적인 기분이었다. 딸의 존재는 오늘 경기에서 매우 큰 동기부여였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9월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영국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지낸 뒤 다시 서울로 복귀할 예정인데, 그때는 호프와 동행하지 않는다.

그는 "딸이 학교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딸이 (방학이 돼야 다시 한국으로 올 수 있을 텐데) 아마도 내년 시즌에나 방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빠가 뛰는 모습은 단 한 경기, 그것도 45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프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호프는 "경기가 정말 즐거웠다. 우리 아빠가 뛰는 팀이 이겼다. 무엇보다 우리 아빠가 축구를 진짜 잘하는 것 같다"고 엄지를 들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