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축구와 어울릴까?"…의문 끝에 외국인 감독과 협상 결렬

이임생 이사, 유럽에서 포옛·바그너 감독과 면담
연봉 등 큰 이견 없었지만 홍명보 감독으로 선회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권한을 위임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유럽으로 출국한 지난 2일, 최종 후보에 오른 외국인 감독의 장막이 걷혔다.

이 이사가 유럽 빅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을 만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홍명보 울산 HD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직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면서 포옛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유력한 대표팀 사령탑으로 예상됐다.

이 이사는 현지시간으로 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포옛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4일 바그너 감독을 만났다.

두 후보자는 각각 3시간 가까이 자신의 축구 철학, 한국 거주, 연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과적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가장 큰 걸림돌인 국내 거주, 연봉 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두 후보자 모두 전향적인 자세로 이를 받아들였다.

이 이사는 "두 후보자 모두 한국 대표팀을 맡는 걸 희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 때문에 한정된) 연봉 문제도 기꺼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두 외국인 후보자와 협상이 결렬된 배경은 이 이사가 그들의 확고한 축구 철학과 한국 축구가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둘 다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 철학을 가졌다"면서도 "과연 이들이 추구하는 축구를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잘 적응할지 의문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먼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포옛 감독에 대해 "파울루 벤투 전 감독처럼 '빌드업'을 통해 미드필드에서 기회 창출을 하려는 스타일"이라며 "수비에서 롱볼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빠른 지원으로 가는 축구는 아니지 않은가. 이것이 한국 축구에 맞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 AFP=뉴스1

바그너 감독에 대해서도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추구하는데 이를 존중한다. 다만 우리가 빌드업 축구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이런 철학을 가진 감독이 어울리는지 의문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때) 중동 원정을 가서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상대로 수비 라인을 너무 끌어올리다 카운터어택을 맞을 수 있다. (90분 내내 이 축구를 펼치려다) 후반까지 체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짧은 대표팀 소집 기간에 선수들이 이를 이해하고 잘 구현해 낼 수 있을지도 고민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최종 결정했다. 홍 감독도 이 이사의 설득에 승낙,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 이사는 선수의 장점을 잘 살리고 상대의 측면 뒤공간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홍 감독의 축구 철학이 대표팀에 잘 뿌리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K리그에서 기회 창출과 득점, 빌드업, 압박 강도가 모두 1위다. 활동량이 10위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경기를 운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대표팀의 스타일을 이어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해야 한다. 어떤 감독이 최대한 변화 없이 대표팀을 끌고 갈지를 고민했고, 결국 홍명보 감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다. 2024.7.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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