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시간은 다가오는데…점점 무게 실리는 국내 감독
축구대표팀 사령탑 16명 후보 중 김도훈·홍명보 포함
외국인 감독, 연봉·국내 체류 등 현실적 난관 많아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새 사령탑을 선임할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감독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기에는 연봉, 국내 체류 등 현실적 난관이 많다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1일 제10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아직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달 대표팀 감독 후보군을 국내외 지도자 12명으로 추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마친 뒤인 18일에는 제9차 회의를 개최, 후보들의 플레이 스타일 등 주요 전술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평가했다.
다음 회의에서는 최종 후보군에 대한 선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오히려 후보는 기존 12명에 4명이 추가돼 16명으로 늘어났다. 뒤늦게 4명의 후보로부터 제안서가 오자 이들까지 함께 평가하기로 한 것.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기존 12명 외에 좋은 후보가 있으면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 후보에는 홍명보, 김도훈 등 국내 감독은 물론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대표팀 감독은 4개월 넘게 공석 상태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하고 해임된 뒤 대한축구협회는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국내 지도자 선임에 무게를 뒀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을 막혀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방향을 바꿨다. 축구팬들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감독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제시 마쉬(미국) 캐나다 감독,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이라크 감독을 1·2순위로 정하고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모두 결렬됐다. 연봉, 국내 체류 기간 등 세부 조율 사항에서 이견이 생겼다.
이 문제는 또 다음 외국인 감독과 협상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100억 원에 달하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설비 충당을 위해 300억 원을 대출받는 등 현재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시 감독 후보를 추리는 작업을 재개하면서 '기준'을 낮췄다. 현실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정했지만, 남은 후보 중에서는 지금까지 성에 차는 감독이 없다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는 6월 말, 늦어도 7월 초에 감독을 선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이 가려지는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이 오는 9월부터는 시작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지 않다.
이런 문제를 이유로 국내 감독으로 시선이 쏠린다. 올해 초부터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강하게 제기됐던 홍명보 울산HD 감독과 지난 6월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았던 김도훈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다. 두 감독 모두 현재 대표팀 감독 후보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
울산의 K리그1 2연패를 이끈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성과를 냈다. 2009 U20 월드컵에서 8강 성적을 냈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 신화를 지휘했다.
비록 조별리그 탈락으로 결말은 좋지 않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딴 바 있다.
현재 국내 감독 중에서 홍 감독만큼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는 없다.
울산 사령탑으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김 감독은 최근 대표팀을 잘 이끌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임시 사령탑으로 치른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각각 7-0, 1-0 승리를 이끌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김 감독의 훈련과 지도 방식에 대해 만족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감독 후보에는 외국인 감독이 더 많지만, 이들 모두가 실질적으로 선임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은 다가왔으며, 기류는 국내 감독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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