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국내, 미드필더들끼리 펼치는 K리그1 득점왕 경쟁

정재희·이동경·이상헌, 7골로 선두
4년 연속 토종 득점왕 탄생도 기대

득점 후 포효하는 포항 스틸러스의 정재희 2024.4.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K리그1 득점왕 경쟁 구도는 독특하다. 예상하지 못한, 국내의, 미드필더 선수 3명이 주도하고 있다.

정규리그 3분의 1이 마무리된 7일 기준, 하나은행 K리그1 득점 선두는 7골을 기록 중인 정재희(30·포항), 이동경(27·김천), 이상헌(26·강원)이다. 모두 개막 전까지는 득점왕 후보로 떠올리기 어려웠던 생소한 이름들이다.

이들 3명은 모두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고 올해 비약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정재희는 지난해 두 차례의 장기 부상으로 시즌 내내 7경기 출전에 그쳤는데, 피나는 재활을 마친 뒤 올해 펄펄 날고 있다.

지난해 중반 독일 무대에서 아쉬움을 안고 리턴한 이동경도 초반엔 컨디션 난조와 부상이 겹쳐 이름값을 못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한 올해는 완벽하게 부활했다. '만년 유망주'라는 소리를 듣던 이상헌 역시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 올해 '은사'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로 이적한 뒤 만개 중이다.

울산HD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이동경2024.4.17/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국내 선수들끼리 득점왕 각축을 벌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K리그1은 2021년 주민규(울산)의 득점왕을 시작으로 2022년 조규성(당시 전북·김천), 2023년 주민규(울산)까지 3년 연속 국내 공격수들이 득점왕에 올랐다.

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외국인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했는데, 이번엔 4년 연속 '토종 득점왕'이 탄생할 수도 있는 흐름이다.

득점 선두를 달리는 3명 외에도 김현욱(5골·김천), 이승우(4골·수원FC), 이희균(4골·광주) 등 다른 국내 선수들도 기세가 좋다.

정재희, 이동경, 이상헌이 모두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K리그1 득점왕은 주니오(2020·당시 울산), 말컹(2018·당시 경남), 김신욱(2015·당시 울산) 등 정통 골잡이가 차지했다.

강원의 이상헌(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정재희는 측면, 이동경과 이상헌은 중앙 미드필더다. 그럼에도 순간적인 침투와 쇄도를 통해 득점을 만들어낸다.

이에 대해 정재희는 "공격수가 아니더라도 함께 공격하고 골을 만들어내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면서 "나도 이전보다 피니셔에 직접 관여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K리그1 팀 관계자는 "이전처럼 혼자 몇십골씩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가 없는 것도 이유다. 외국인 공격수 결정력에만 '몰빵'해 득점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선수와 연계해 다른 자원들도 함께 살아나는 팀 컬러가 주목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수원FC의 이승우 2024.3.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예상과 달리 비상하고 있는 3명의 선수들은 초반 기세를 이어 최종 득점왕 등극까지 꿈꾸고 있다.

프로 무대서 처음 해트트릭과 득점 선두를 경험하는 등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재희는 "아직 초반이니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후반 조커로 주로 나서는 정재희는 최근 선발로의 변신도 노리고 있다.

이동경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때 '입대 영장'을 받아 6월부터는 김천 상무에서 득점왕 경쟁을 이어간다. 훈련소 입소로 생기는 4주의 공백과 새로운 팀에서의 적응력이 변수다.

이상헌은 초반 6경기서 7골을 몰아치며 주목 받았지만 이후 5경기에서는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상대의 대응책이 나온 상황서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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