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면 더 어렵다…급할수록 차분한 박태하의 '새로운 포항 만들기'

긴 호흡으로 큰 틀을 만드는 데 주력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미디어데이'에서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과 한찬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2.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이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차분하게 '새 포항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포항은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5년 동안 FA컵 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고, 지난해 12월 박태하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 감독은 전임 감독의 성과로 높아진 기대에 충족해야 하는 한편, 개막까지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자신의 팀을 만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추춘제로 열리는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의 토너먼트가 2월부터 시작, 남들보다도 더 빨리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심지어 허투루 치를 수 있는 무대도 아니었다.

누가 맡더라도 부담감이 크고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박 감독은 비교적 평온했다. 박 감독은 ACL 2경기의 기자회견은 물론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14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전북 현대 모터스와 포항 스틸리스의 경기에서 포항 박태하 감독이 일찍 피치로 나와 서포터즈 석에 인사 후 돌아가고 있다. 2024.2.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그는 본 행사 전 미디어와 만난 자리에서 "전 집주인이 5년 동안 잘 있다가 갔는데, 와 보니 내부 가구와 집기들도 많이 비어 있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박 감독은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짧은 건 맞았지만 그걸 아쉬워하고 집착하다 보면 말 그대로 '시간이 짧아' 아무것도 못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면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큰 틀을 잡는 데 주력하고,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하나씩 채워가기로 계획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큰 틀과 기둥을 세우는 것을 기대보다 훨씬 더 잘 따라줬다. 덕분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윤상 등 포항 선수들은 박 감독에 대해 "짧은 시간이지만 하려는 축구를 명확하게 제시해주셨다. 외부에선 포항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앞으로의 확신이 있기에 개막이 기다려진다"며 신뢰와 기대를 보냈다.

포항은 ACL 16강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박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전북 현대와의 16강 1차전서 0-2로 패배, 2차전서 1-1 무승부를 거뒀음에도 1무1패로 탈락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 포항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반 포항 박찬용이 선취골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2024.2.2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그럼에도 박 감독은 두 경기가 새로운 포항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박 감독은 "부임했을 때부터 (2월 ACL 2경기가) 시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록 결과는 아쉽지만 특히 2차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선수들 스스로가 느꼈기 때문에, 새 시즌 포항이 빨리 안정을 찾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처음 나름대로 계획했던 순서대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임 직후부터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박 감독은 쫓겼을 때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ACL 결과 등 눈앞의 것들에 매몰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포항은 3월 1일 오후 2시 울산문수구장에서 울산HD를 상대로 2024 K리그1 개막전을 치른다. 박 감독의 K리그 지도자 데뷔전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목표를 잡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겠다"면서 "오베르단, 김종우, 백성동 등 주요 선수들이 속속 팀에 복귀하고 있어서, 팀이 더 안정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미디어데이'에서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는 오는 3월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3년 정규리그 우승 팀 울산 HD와 FA컵 우승 팀 포항 스틸러스의 라이벌전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 2024.2.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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