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면 더 어렵다…급할수록 차분한 박태하의 '새로운 포항 만들기'
긴 호흡으로 큰 틀을 만드는 데 주력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이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차분하게 '새 포항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포항은 최근 큰 변화를 겪었다. 5년 동안 FA컵 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고, 지난해 12월 박태하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박 감독은 전임 감독의 성과로 높아진 기대에 충족해야 하는 한편, 개막까지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자신의 팀을 만들어가야 했다.
게다가 추춘제로 열리는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의 토너먼트가 2월부터 시작, 남들보다도 더 빨리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심지어 허투루 치를 수 있는 무대도 아니었다.
누가 맡더라도 부담감이 크고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박 감독은 비교적 평온했다. 박 감독은 ACL 2경기의 기자회견은 물론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본 행사 전 미디어와 만난 자리에서 "전 집주인이 5년 동안 잘 있다가 갔는데, 와 보니 내부 가구와 집기들도 많이 비어 있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박 감독은 "성격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아니다"라면서 "시간이 짧은 건 맞았지만 그걸 아쉬워하고 집착하다 보면 말 그대로 '시간이 짧아' 아무것도 못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면 빠르게 선택해야 했다"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큰 틀을 잡는 데 주력하고, 세부적인 것은 나중에 하나씩 채워가기로 계획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큰 틀과 기둥을 세우는 것을 기대보다 훨씬 더 잘 따라줬다. 덕분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홍윤상 등 포항 선수들은 박 감독에 대해 "짧은 시간이지만 하려는 축구를 명확하게 제시해주셨다. 외부에선 포항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지만, 앞으로의 확신이 있기에 개막이 기다려진다"며 신뢰와 기대를 보냈다.
포항은 ACL 16강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박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전북 현대와의 16강 1차전서 0-2로 패배, 2차전서 1-1 무승부를 거뒀음에도 1무1패로 탈락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두 경기가 새로운 포항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냈다.
박 감독은 "부임했을 때부터 (2월 ACL 2경기가) 시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록 결과는 아쉽지만 특히 2차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선수들 스스로가 느꼈기 때문에, 새 시즌 포항이 빨리 안정을 찾고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처음 나름대로 계획했던 순서대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임 직후부터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박 감독은 쫓겼을 때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ACL 결과 등 눈앞의 것들에 매몰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포항은 3월 1일 오후 2시 울산문수구장에서 울산HD를 상대로 2024 K리그1 개막전을 치른다. 박 감독의 K리그 지도자 데뷔전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목표를 잡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겠다"면서 "오베르단, 김종우, 백성동 등 주요 선수들이 속속 팀에 복귀하고 있어서, 팀이 더 안정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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