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 들인 탑, 1년 만에 '해줘 축구'로 와르르…한국축구, 다시 출발
무능 클린스만 경질… 당장 3월 월드컵 예선 앞둬
정몽규 "빠른 시간 내에 새 사령탑 선임할 것"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4년간 공들였던 '빌드업 축구'가 단 1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 전술적인 움직임 없이 개인의 힘에만 의존해 '(흥민아)해줘 축구'란 오명을 들었던 클린스만과 함께 1년을 허비한 한국 축구는 새롭게 다시 출발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종합적인 논의를 거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내는 경기 운영을 비롯해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것은 지난해 2월27일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임자로 새 감독 선임을 발표한 지 정확히 354일 만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 벤투 감독 시절 전방 압박과 빌드업 축구를 펼치며 호평받았지만 좋았던 모습은 지난 1년 사이 모두 사라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선언했으나 이렇다 할 세밀한 전술도 보이지 않았다. 철저히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선수 개인기에 의존하는 축구만 펼쳤다. 심지어 그 선수들은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을 앞두고 내부 갈등으로 인해 몸싸움을 벌인 것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수비진 재건도 필요하다. 한국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를 보유하고도 아시안컵 6경기에서 10실점을 내주는 굴욕을 겪었다.
새판 짜기에 돌입해야 하는 한국 축구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축구 대표팀은 다가올 3월 A매치 기간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홈, 원정 경기를 연이어 앞두고 있다.
3월21일 홈 경기를 하고 태국으로 넘어가 26일 원정 경기를 치른다.
소집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임시 사령탑이 대표팀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 후보군으로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 황선홍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른다.
정 회장은 "월드컵 예선을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할 것"이라며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아직 상의된 것이 없다. 새로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선임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시안컵 기간 선수들의 물리적 충돌에 대해 협회가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 등 후속 조치가 나올 수 있는 것도 변수다.
정 회장은 "징계 사유 조항을 살펴보니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며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이 방안을 잘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코치진 구성이나 선수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령탑은 아시안컵 기간 중 내분 논란 속에 사분오열된 태극전사들을 빠르게 봉합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alexe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