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랭킹 130위에 쩔쩔…어떤 팀도 두려워하지 않는 클린스만호 [아시안컵]

(알와크라(카타르)=뉴스1) 김도용 기자 = 64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FIFA)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운 클린스만호가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 말레이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3전 전승을 자신했던 조별리그 최종성적은 1승2무. 대회 전까지만 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한국은 불과 2주 만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23 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결정타를 맞으며 3-3으로 비겼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야심차게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던 한국은 거듭된 졸전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우승을 위한 적기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빅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역대급 스쿼드였다. 또 아시안컵 전까지 6경기에서 20골을 넣고 무실점으로 연승을 이어갔기 때문에 흐름도 좋았다.

카타르 현지에서 만난 외신 취재진과 해외 팬 모두 "한국이 최고의 팀"이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강력한 우승 경쟁자인 일본과 이란도 한국을 견제했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클린스만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바레인과의 첫 경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3-1로 이겼지만 후반에 나온 2골은 이강인 홀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첫 경기에서 우려를 남긴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요르단을 상대로 졸전을 펼쳤고,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상대의 자책골 덕에 2-2로 비겼다.

무난하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 말레이시아전은 최악이었다.

한국은 김판곤 감독의 조련으로 끈끈한 조직력을 꾸린 말레이시아의 수비에 막혀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세부 공격 전술은 보이지 않았고, 개인기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만 보였다.

수비에서도 섣부른 판단으로 우왕좌왕하며 3골이나 내줬다. 한국 진영에서 안일한 터치와 불필요한 파울은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김민재,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이 호흡을 맞췄지만 수비 조직력은 모래알 같았다.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국이 고전하자 경기장을 찾은 외신 기자들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란의 한 기자는 한국 취재진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64년 만에 우승을 외쳤던 한국은 거듭된 졸전으로 이제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됐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