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서 한수원 이적 장슬기 "낯선 길,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다"[인터뷰]
WK 1강 현대제철 떠나 깜짝 이적 선택
"내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큰 변화"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장슬기(29)가 WK리그 절대 1강 인천현대제철을 떠나 경주한수원 유니폼을 입었다([단독] 'A매치 99경기' 여자축구 장슬기, 현대제철 떠나 경주한수원 이적/12월6일 보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장슬기는 '뉴스1'을 통해 "도전자가 되고 싶었다"면서 "다시 높은 곳을 바라보며 올라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6년 현대제철에 입단, 2020년 마드리드CFF(스페인)에 입단했던 1년을 제외하면 줄곧 '절대 1강' 현대제철에서 뛰었던 장슬기는 다음 시즌부터 경주한수원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장슬기의 이적은 여자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소식이었다. A매치 99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자 '초호화 군단' 현대제철에서도 핵심 선수였던 장슬기가 제 발로 '도전자' 경주한수원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장슬기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 건 사실이다.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도전자 입장이 되고 싶어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군 강호다. 반면 경주한수원은 구단 역사상 3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모두 현대제철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던 바 있다. 2인자 이미지가 있다.
그럼에도 장슬기는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쪽 대신 첫 우승을 갈망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현대제철에서 8년을 뛰면서 매번 우승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체되는 것을 느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안주하게 되더라"면서 "다시 처음부터 주전 경쟁을 하면서 매 경기 치열하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국내에선 한 번도 팀을 옮긴 적이 없던 장슬기의 이적에 현대제철 동료들도 깜짝 놀랐다.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도 한동안 주변에 알리지 않았던 장슬기는 수원FC위민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이적을 처음 알렸다. 동료들 모두 한참동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단다.
이후 A대표팀 소집 훈련 때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에게도 소식을 전했는데, 벨 감독 역시 의아해했다.
장슬기는 "벨 감독님은 이적하려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내가 '다시 도전자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더니, 곧바로 그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장슬기는 이번 이적이 갖는 의미를 '내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큰 변화'로 정의했다.
그는 "현대제철에서 뛰는 동안 물론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하지만 (한 팀에서 8년을 뛰었으니) 이제는 다른 선수들도 만나보고 싶었다. 축구선수 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 큰 변화를 주고 싶다"면서 "예를 들어 현대제철에서는 경험 많은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뛰었지만, 앞으로 경주한수원에선 내가 동생들을 이끌고 도움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앞으로는 여러 면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대제철에서 뛰는 내내 우승만 했던 장슬기는 이제 경주한수원의 창단 첫 우승을 위해 뛰어야 한다. 팀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길이라 험난할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에선 함께 호흡을 맞췄던 수비 라인만 해도 김정미, 김혜리, 임선주 등 국가대표 동료들이 즐비했지만, 경주한수원에선 팀 내 유일한 국가대표(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 기준)다. 책임감과 무게감이 달라진다. 팀에서 장슬기를 향한 시선과 기대치도 현대제철에서의 그것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슬기는 자신이 직접 택한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도전에 임할 모든 각오가 돼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 부담을 위해 옮긴 것"이라고 우문현답을 한 장슬기는 "이어 "이적뿐 아니라 '인천의 딸'이 고향 인천을 처음 떠나 경주로 가는 것만 해도 모든 게 낯설기는 하다. 그래도 그런 새로움까지도 다 즐기고 싶다. 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는데 다 경험하고 싶다"며 당차게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슬기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하겠다'는 출사표가 아닌 '우선 플레이오프에 오르겠다'고 처음으로 말하려니 어색하기는 하다. 이 대목에서 이적이 실감이 난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높은 곳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높은 곳을 원하는 도전자가 됐으니 마음은 더 편하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모든 곳을 쏟아 부어서, 다시 높은 곳에 올라가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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