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우승 4회' 명가 수원의 몰락…창단 첫 2부리그 강등(종합)
최종전서 강원과 0-0, 최하위 그쳐 다이렉트 강등
모기업의 무관심 속 2부행, 팬들 야유·비난 쏟아내
- 이재상 기자
(수원=뉴스1) 이재상 기자 = K리그 최고 인기 팀 중 하나인 수원 삼성의 2부 강등이 확정되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채웠던 홈 팬들은 충격에 침묵했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수원 삼성 구단의 안일하면서도 소극적인 팀 운영 등을 지적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이 결국 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의 쓴맛을 봤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38라운드 강원FC와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수원은 8승9무21패(승점 33)로 12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날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긴 수원FC와 승점 33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수원이 35골로 44골의 수원FC에 밀렸다.
수원은 자력으로 최하위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으나 결국 승점 3을 수확하지 못했고, K리그1 최하위에 그쳐 다이렉트 강등을 경험했다. 1996년 K리그에 참여한 수원이 2부리그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에서 팬들의 응원이 열성적인 것으로 유명한 수원은 이날 경기장에 2만4932명의 관중이 현장을 찾으며 강등을 피하기 위한 뜨거운 응원에 나섰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수원은 부진했고, 2024시즌을 K리그2에서 맞이하게 됐다.
사실 수원의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4년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뀐 뒤 투자가 확연히 줄었고, 과거 '큰손'으로 불렸던 수원의 명성도 사라졌다. 투자 대신 수원의 유스인 매탄고 출신에만 지나치게 기댄다는 평가도 나왔다.
염기훈 수원 감독대행도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에 대한 질문에 "아무래도 팀에 대한 투자"라며 "좋은 투자가 있어야 팀이 더 단단해진다. 2010년에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팀이 열악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수원은 2017년 K리그 클래식에서 3위, 2019년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에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8위, 2021년 6위에 자리했다. 수원은 지난해에도 10위에 그쳤으나 승강 플레이오프(PO)를 통해 가까스로 FC안양을 제치고 잔류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은 올해만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이 2차례나 바뀌는 등 혼란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2023시즌을 이병근 감독체제로 시작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즌 초반 경질됐고, 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김병수 감독마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팀을 떠났다. 9월말 팀의 레전드 출신인 염기훈 감독대행이 팀을 지휘하며 막판 뒷심을 발휘했으나 결국 탈꼴찌에 실패했다.
36·37라운드에서 연거푸 승리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가장 중요했던 최종 38라운드에서 승리를 놓치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강등에 망연자실한 듯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좌절했다. 일부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고,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수원 서포터들도 아쉬움에 순간 침묵했다.
수원은 경기 후 전광판을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 삼성이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하지만 첫 2부리그 강등에 성난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이준 대표이사를 포함해 염기훈 감독대행 등 수원 선수단이 도열해 팬들 앞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분노한 일부 팬은 그라운드로 이물질을 투척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염기훈 감독대행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 능력이 부족했다"고 자책한 뒤 "내가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그래도 수원은 분명 다시 올라갈 것이다. 선수들도 더 힘냈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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