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월드컵 개막까지 71일… '이강인 논란', 지금은 아니다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제 71일 남았다. 특정 선수의 합류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다. 지금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한다. 그래도 부족할 때다.
최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이강인(마요르카)을 합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할 정도로 볼륨이 커지고 있는데, 딱히 반대한다는 시선이 보이지 않아 더 의아하다.
우선, 이강인은 훌륭한 선수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이하) 월드컵에서 골든 슈즈를 수상했으니 될 성 부른 떡잎이었고 현재는 세계 5대 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초반 폼은 매우 좋다. 4경기서 1골2도움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선수를 대표팀에 추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왜 A 선수를 뽑지 않느냐" "도대체 B가 있는데 C를 왜 쓰느냐" 등등은 각국 국가대표팀 감독과 축구 미디어나 팬들 사이 흔한 줄다리기다. 브라질도 그렇고 독일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본도 베트남도 그렇다.
때문에 지난 시즌과 달리 마요르카에서 출전 기회를 잘 살리고 있는 이강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될 일이다. 다만, 지금은 월드컵 본선이 임박한 때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간과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벤투호는 4년의 시간 동안 월드컵을 위해 팀을 만들어 왔고, 개막까지 불과 71일 남은 지금은 사실상 세팅이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은 변수(이를테면 부상)를 최소화하면서 팀의 조직력을 다지고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본선을 준비하는 32개국 모두 대부분 비슷한 코스로 진입해 있다.
물론, 4년 전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은 개막이 코앞인데도 선수들 변동이 컸다. 베이스캠프에서의 평가전 때 출전한 선수를 놓고 '트릭'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팀이 '안정'과 거리가 있었다. 꽤 많은 자리에 있는 선수들이 신임을 주지 못한 탓이다. 만약 그때라면, 그렇다면 이강인도 뽑아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 대표팀은 한국 축구사 처음으로 단일 지도자가 4년이라는 시간을 통째로 할애해 만든 팀이다. 부임 초반에는 한국 축구와 맞지 않는 옷을 입히고 있다면서 벤투를 향한 비난이 상당했으나 최종예선 막바지부터는 박수소리가 더 많아진 팀이다. 톱니바퀴가 꽤 잘 맞아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누군가를 새로 끼워 넣으라 한다면, 지도자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현재 대표팀은 후방 빌드업을 기본 골자로, 많은 활동량과 조직적 수비력을 갖춘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사드) 등으로 중원을 구성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이해했고 이제는 거의 꽤 높은 완성도를 갖추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 선수의 조화, 많은 팬들이 인정하는 수준이다. 백업 풀도 충분히 마련해 놨다.
그런데 갑자기 퍼즐을 하나 바꾸라고 한다면? 대상이 이강인이 아니라 그 어떤 선수라도 좋은 선택은 아닐 공산이 크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팀 스포츠'고 월드컵 본선 레벨에서는 약체에 가까운 한국은 더더욱 개인의 힘보다는 '원팀'으로 싸워야한다. '지금' 새로운 선수가 들어가면 4년 조직도를 어지럽힐 수 있다. 그런 모험은 지양해야할 때다.
이강인은 논란의 여지없이 좋은 선수다. 미래가 창창한 선수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지 못한다면 본인도 또 그를 사랑하는 팬들로 안타까움이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논란을 멈춰야 한다.
이강인은 사실 여러 차례 소집과 평가전을 통해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완료된 선수다. 그 평가 속에는 개인 기량만이 아니라 '팀과의 조화'라는 항목도 포함된다. 이건 지도자의 고집이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중용되지 않아 아쉬운 선수는 이강인 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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