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방출 박주영, '인생의 경기' 된 월드컵

다른 클럽으로의 이적 허용한 ‘자유 이적 명단’ 등재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아스날이 사실상 박주영의 방출을 알렸다. 박주영에게 브라질 월드컵은 인생의 경기가 됐다. © News1 정회성 기자

</figure>박주영이 아스날에서 사실상 방출됐다. 아스날은 24일(한국시간) 니클라스 벤트너 등과 함께 박주영을 자유 이적 명단(free transfer list)에 등재시켰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지만 다른 클럽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 것인데, 떠나라는 것이다.

자유 이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꼭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팀에 그대로 남아 있어도 된다. 계약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야말로 돈을 축내는 잉여 선수가 될 뿐이다. 구단의 속뜻은, 결국 떠나라는 것이다.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 AS 모나코에서의 활약을 발판을 2011-12시즌을 앞두고 아스날로 이적했다. 2005년 여름, 박지성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입단 이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가 ‘포병 부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 속의 바람이었다.

AS 모나코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고 그 활약을 보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껏 박주영의 아스날 생활은 ‘허송세월’이었다. 벵거 감독은 나름대로 박주영에게 기회를 줬으나 박주영은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스페인 셀타 비고 임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왓포드 임대 등 박주영은 섬처럼 떠돌았을 뿐이다.

파장은 컸다. 아스날이라는 간판은 자랑스러웠으나 그 간판에만 만족한다는 비난 여론이 컸다. 하지만 박주영은 떠나지 않았다. 떠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부르는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기본”이라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도 괴롭혔다. 박주영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원칙을 파괴한 가벼운 사람이 됐다.

괴로운 상황 속에서도 아스날에 남아 있었으나 이번 자유 이적 명단 등재와 함께 더 이상 버티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스날의 결단과 함께 박주영에게 브라질 월드컵의 비중은 더더욱 커졌다. 홍명보호의 성적을 위해서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박주영의 플레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이제는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도 중요해졌다.

월드컵은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무대다. 자연스레 ‘시장’도 형성된다. 월드컵을 통해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인생 역전도 가능하다. 2002월드컵 이후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곧바로 은퇴를 선언할 것이 아니라면, 박주영에게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인생의 경기’가 됐다. 아스날은 사실상 방출을 통보했다. 이를 악물어야할 이유가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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