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메모]득 될 것 없는 박주영의 ‘삐딱하게’

동료들과 자신을 위해 성숙한 자세 필요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축구대표팀 공격수 박주영이 12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축구대표팀 첫 소집 훈련을 위해 경기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 들어서고 있다. 2014.5.12/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홍명보호'의 간판 공격수 박주영의 상대는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선수들이다.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또 다른 상대들을 만나야 한다. 준비해야할 것이 태산이다. 불필요한 곳에 적개심을 품을 시간이 없다. 박주영의 ‘삐딱하게’는 결코 득 될 것 없는 소모전이다.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 12일 파주 NFC에 소집됐다. K리거 6명 그리고 기성용, 이청용 등과 함께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한 박주영은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사실 박주영의 파주 입소는 한참 전의 일이다. ‘봉와직염’으로 조기 귀국한 박주영은 대한축구협회의 특별한 배려 속에서 지난달 24일부터 파주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해 왔다. ‘황제 훈련’ 논란을 일으킨 배경이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의 과도한 ‘챙기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최종 엔트리가 발표(5월8일) 되기도 전에 미리 ‘무혈입성’이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는 불편한 시선도 적잖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23명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여론은 계속 나빠졌다.

박주영도 감정이 상해 있었다. 그리고 폭발했다. 12일 파주에 입소한 박주영은 “국민들에게 꼭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작심한 듯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내가 월드컵에 가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굳이 월드컵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다소 누그러진 톤으로 “감독님이 선택해 주셨고, 국민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왔다. 국민들이 믿어주신다면 정말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으나 앞선 발언의 충격은 쉬 가시지 않았다.

간절히 바라고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박주영은 동료 선후배 선수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해 세계 무대에 나가는 선수다. 경솔했다.

그냥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태도’에서 전해지는 뉘앙스는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박주영의 ‘깜짝 고백’을 전해들은 팬들의 반응은 또 싸늘하다. 가뜩이나 들불처럼 번지는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안타까운 행동이다. 홍명보 감독은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을 끌어 안았다. 이유는 하나다. “대한민국 공격수 중에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를 찾지 못했다”는 홍 감독의 발언처럼 뛰어난 기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실력 자체에 토를 달기 어렵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은 “박주영은 특별하다”는 대동소이한 의견을 전한다. 이 뛰어난 선수가 계속해서 잡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자신은 물론 팀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좋을 것 없는 일이다.

국민적인 ‘기’를 등에 업고 출전해도 좋은 성적을 보장할 수 없는 축제가 바로 월드컵이다. 그런데 역대 월드컵 중 이토록 호응도가 떨어지는 대표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주로 박주영이 빌미를 제공했다. 감독과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가져야 하는 박주영이다. 박주영이 처신만 잘해줬다면 홍명보 감독도 이토록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도 12일 오후 인터뷰에서 “(박주영이)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씁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그냥 축구 이야기만 했으면 좋겠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졌다.

물론 박주영도 속상할 것이다. 이해한다. 화살처럼 쏟아지는 비난에 몸도 마음도 아플 것이다. 그래도 ‘반항’에 가까운 '삐딱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냥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정도의 형식적 대답만 나왔어도 됐을 일이다. 그의 말처럼 국민을 대표해서 출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필요하다.

박주영은 대표 팀의 중심으로서 에이스 급 역할을 해줘야 한다. 나이로나, 경험으로나 팀을 이끌어야할 리더다.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진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