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영표 "함께 축구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 달라"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초롱이' 이영표(36)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영표는 1999년 6월 12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후 세번의 아시안컵(2000년, 2004년, 2011년)과 세번의 월드컵(2002년, 2006년, 2010년)에서 대표팀의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다.또 프로 선수로는 2000년 안양 LG에 입단하며 K리그에 데뷔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에인트호번(네덜란드)으로 이적해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 화이트캡스(캐나다) 등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은퇴식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스위스전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2013.11.14/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figure>" 이영표를 떠올렸을 때 모두와 함께 축구를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 달라"

'초롱이' 이영표(36)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7년간의 축구 인생을 마무리했다.

이영표는 환하게 웃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준비해온 은퇴사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한국 축구사에 위대했던 선수로 기억될 이영표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이영표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축구 관련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며 "경기장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하겠다. 즐기기 위해 모르는 게 많아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2, 3년 동안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영표와의 일문일답.

-아직도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데 아쉬움이 없나?

▶은퇴 준비를 개인적으로는 5, 6년 전부터 했다. 처음 은퇴에 대해 생각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정도로 힘들었다. 계속해서 긴 시간동안 은퇴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했다.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은퇴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감사하다. 가족들이 많이 아쉬워하지만 와이프는 저와 같은 생각이었다. 6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했기에 은퇴하는 날 서로 웃으면서 수고했다고 말했다.

-축구인생 중 최고의 경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한 경기를 꼽기가 너무나 어렵다. 한 경기를 꼽는 것은 다른 경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 다른 경기에 미안해서 꼽고 싶지 않다. 가슴 깊이 감사하게 느낀 건 축구가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한나라를 대표해 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인지 가르쳐줬다는 것이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모든 경기는 너무나 소중한 경기로 기억된다.

-다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었던 순간은?

▶굳이 꼽으면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전에 가진 일본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5-0으로 이기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한일전에서 3승4무를 기록했다. 그 중 4무가 아쉽다. 7승을 하지 못해 아쉽다.

-해설위원 등도 생각하는가?

▶은퇴한지 며칠 되지 않았다. 아직 미래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한 것은 없다. 앞으로 시간을 갖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고민해보겠다.

-축구선수로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그런 기억이 몇 번 있다. 첫 번째는 2002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다. 많은 훈련을 했고 히등크 감독과 함께하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월드컵 이후 PSV 아인트호벤에서 3년간 유럽축구에 대해 배웠다. 알지 못했던 유럽축구의 기술, 전술 등을 이해하고 그런 경기를 할 수 있는 저를 보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자기관리, 성품 등에서 존경받는 선수다.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은?

▶후배들이 잘하고 있기에 특별히 제가 당부할 말은 없다. 한마디 한다면 좋은 축구선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된다면 좋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훨씬 더 쉽다.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추억되고 싶나?

▶사람들이 저를 잊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적응이 끝났다. 시간이 지나서 많은 분들이 저를 기억해줄까에 대한 궁금증은 있다. 기억해 준다면 축구를 즐겼던 선수, 혼자 즐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같이 축구 즐겼던 선수로 기억해주면 좋겠다.

-현재 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캐나다에서도 대표팀 경기를 챙겨서 봤다. 실제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홍명보 감독은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다. 그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온 수비 철학을 대표팀에서 보면서 한국 축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내년 월드컵에 대한 기대도 크다.

-6년 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는데 왜 지금인가? K리그에서 마지막을 보낼 생각은 안했나?

▶은퇴 시기는 6년 전부터 고민했다. 축구를 하는 이유는 축구가 좋고 즐거워서였다. 축구 이외의 하고 싶은 일과 충돌이 벌어지면서 언제가 좋을지 고민했는데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선수는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서 은퇴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그 문제를 알지만 동료들은 모른다. 옆에 동료들이 나에게 체력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때 은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도 K리그에 대해서 뛰고픈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K리그에서 마무리 하는 것에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K리그에서 은퇴하지 않아서 말할 자격이 없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

▶축구선수로 훌륭한 선수가 아니었다. 선수로서 점수는 80점인 것 같다. 하지만 축구를 즐거워했다는 점에서는 100점을 주겠다.

-앞으로 계획은?▶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안하려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책임감을 느끼는 일도 있다. 모두 축구에 대한 부분이다.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할 것이다. 모르는 게 많아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 3년가량은 부족한 부분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다.

-은퇴하니까 좋은 점은?

▶가장 행복한 것은 매일 찾아오는 육신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 때는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감내해야하는 고통이 있다. 지금까지 선택 없이 인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대표팀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저보다 한국 축구에 관해 가장 잘 아는 분이 홍명보 감독이다. 제가 대표팀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 바꿨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제가 느끼고 있다면 대표팀 감독은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스위스와 경기했다. 스위스전 어떻게 보고 있나?

▶스위스는 스타일이 한국과 흡사하다. 수비 조직력, 움직임, 선수들의 정신력 등에서 한국과 비슷하다.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내일 경기를 통해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경기 후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는 평가전이다.

-제2의 이영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자신과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대부분의 얘기가 좋은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는 왼쪽에 유독 좋은 선수가 많아서 한 선수를 선택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왼쪽에 만족할 선수가 없다는 것 보다 왼쪽의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