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자 깰 때마다 마취총 쏜 '사냥꾼' 네이마르
카메룬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 4골로 득점 선두등극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네이마르가 카메룬과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골을 추가하며 4골로 득점선두에 나섰다. © AFP=News1
</figure>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잡아낸 탁월한 골 사냥꾼 네이마르가 카메룬을 쓰러뜨렸다. '불굴의 사자'들이 깨어나려 할 때마다 마취총으로 전의를 상실시킨 진짜 사냥꾼이었다.
개최국 브라질이 24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카메룬과의 A조 최종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차세대 황제를 노리는 네이마르가 승리의 주역이었다. 2골을 홀로 터뜨리던 결정력부터 브라질 선수만이 가능할 우아한 테크닉까지, 과연 네이마르였다.
브라질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브라질의 강함보다는 카메룬의 어수선함이 큰 이유였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게 0-1로 패했던 카메룬은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도 0-4로 완패했다. 결과만 무너진 게 아니다. 동료들끼리 경기 중 충돌이 있었을 정도로 내홍이 심했다. 가뜩이나 대회 시작 전부터 포상금 문제로 국가와 마찰을 빚는 등 잡음이 심했던 카메룬은 예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회 내내 잠들어 있을 것 같던 ‘불굴의 사자’는 브라질이라는 최강의 상대 앞에서 다시 발톱을 꺼내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단순히 의욕만 높았던 것이 아니다. 브라질 선수들이 당황할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만약 그렇게 깨어난다면 브라질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던 때, 사냥꾼 네이마르가 나섰다.
후반 17분 중앙 미드필더 구스타보가 갑자기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상대의 공을 끊어낸 뒤 올린 전광석화 같은 크로스를 중앙에서 네이마르가 오른발 인사이드로 가볍게 방향만 돌려놓으면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구스타보의 가로채기와 이어진 크로스가 일단 일품이었다. 하지만 네이마르의 힘들이지 않던 감각적인 슈팅도 못지않았다. 한창 뜨겁게 타오르던 사자들의 기운을 일순 잠재우던 골이었다.
먼저 골을 내줬음에도 카메룬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잃을 것 없다는 마음가짐은 의외의 힘을 발휘했다. 골도 만들어냈다. 전반 26분 니옴이 왼쪽 측면에서 알베스의 마크를 뚫고 중앙으로 연결한 크로스를 마티프가 가볍게 밀어 넣으면서 브라질 월드컵 첫 골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사자가 포효를 하려던 차, 우아한 사냥꾼 네이마르가 다시 나섰다.
전반 35분 후방에서 연결된 롱패스를 카메룬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것이 왼쪽 풀백 마루셀루 앞으로 떨어진 게 화근이었다. 마르셀루가 논스톱으로 네이마르에게 연결했고 빠르게 왼쪽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가며 날린 오른발 슈팅이 다시 카메룬의 골망을 갈랐다. 수비가 앞에 있었음에도 거리낌 없던 네이마르의 슈팅은 깨어나려던 사자를 다시 잠재운 마취총이었다.
만약 전반의 상승세가 조금 더 이어졌다면 브라질도 감당키 어려웠을 정도로 카메룬의 기세가 좋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네이마르의 2골은 결정적이었다. 전반에는 골로 이름값을 했다면 후반에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월드컵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의 대회에서 마치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역사를 통틀어도 흔치 않았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펠레나 그랬고 마라도나가 그랬던 것처럼 가능했다. 농락에 가까운 네이마르의 진두지휘에 잠을 깰 것 같던 불굴의 사자들은 싸울 힘을 잃고 말았다.
네이마르는 3-1로 앞서고 있던 후반 25분 교체 아웃됐다.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과 함께 토너먼트를 대비하기 위한 스콜라리 감독의 배려였다. 적어도 카메룬전에서의 네이마르는 메시와 호날두를 능가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네이마르 한 명만으로도 브라질은 우승후보 0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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