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히딩크는 '영원한 스승, 영원한 멘토'

월드컵과 유럽 진출 이끌었던 가장 각별한 지도자

(수원=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이 수많은 스승 중에서도 히딩크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사진은 2012년 K리그 올스타전에서 다시 재회한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의 모습. © News1 머니투데이

</figure>박지성은 “앞으로 더 이상 선수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현역 은퇴를 공식화했다. 2002월드컵 이후 10여 년 간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게 숱한 감동을 선사했던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의 플레이는 이제 과거가 됐다.

박지성이 작별 인사를 고했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인사였다.

박지성은 14일 수원시에 있는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수술로도 보장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며 은퇴를 알렸다.

누구보다 소박한 마음가짐으로 필드를 달렸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필드 위를 수놓았다. 박지성의 축구 인생 1막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박지성은 “눈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만큼 후회 없이 축구를 즐겼기 때문이다”고 미련 없음을 분명히 했다.

2002월드컵을 시작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박지성은 늘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출은 후배들의 유럽 진출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자랑스러운 디딤돌이었다.

스스로 “유럽에서 뛰는 동안 딱히 껄끄러운 선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 컨디션에 따라 플레이의 좋고 나쁨이 있었을 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유럽에서도 톱클래스 수준을 이어갔다. "유럽 생활의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완벽한 선수가 있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10점 만점에 7점은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서도 만족스러운 선수 생활이었음을 내비쳤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축구 변방'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축구 선수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좋은 스승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특히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박지성은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모든 스승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고, 그 과정에서 어느 분을 뺄 수 없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이런 영광도 없었을 것”며 모든 스승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래도 굳이 '최고의 은사'를 꼽자면 '히딩크 감독'이라고 했다.

박지성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역시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을 통해 월드컵에 나갔고, 유럽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 역시 세계 최고의 레벨에서 뛸 수 있게 도와준 감독이지만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히딩크 감독이 자신에게 전한 가르침도 공개했다. 박지성은 “언젠가 대표팀에 있을 때 히딩크 감독이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영국이나 스페인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나중에 물어보니 기억은 못하시더라”고 웃은 뒤 “유럽에서도 손꼽히게 성공한 지도자의 말이었기에 그대로 믿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결국 꿈을 이뤄 너무 기쁘다”며 지난 일을 떠올렸다.

"이젠 선수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 유럽에서 한동안 휴식을 갖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밝힌 박지성은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었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영광일 것 같다. 만약 누군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좋은 선수였구나, 내가 원했던 축구 선수가 됐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회와 바람으로 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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