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야구' 그 자체…타자로만 나선 오타니, 결과는 50홈런-50도루
마이애미전 3홈런-2도루…시즌 51홈런-51도루 작성
투수 휴업한 시즌 MLB 새 역사 작성…MVP도 예약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투타 겸업을 하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타자에만 집중한 결과는 전인미답의 50(홈런)-50(도루)이었다.
만화에서도 이 정도의 스토리라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컴퓨터 게임에서도 난이도를 가장 낮게 설정해야 거둘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실제' 야구,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현실화했다.
오타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6타수 6안타(3홈런) 4득점 10타점 2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48홈런-49도루를 기록 중이던 오타니는 한 경기에서만 무려 3홈런과 2도루를 추가하며 50-50 고지를 밟았다.
오타니는 '판타지 스타'와도 같다. 그는 프로 무대에 데뷔한 2013년부터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타를 겸업했다. 투수로는 매년 두 자리 승수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타자로는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투타를 겸업하기에 체력 소모는 훨씬 심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 리그에서도 투수나 타자 어느 쪽으로도 '최고'라고 칭하기는 어려웠다. 리그 최우수선수도 2016년 딱 한 번뿐이었고,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만 24세에 불과한 나이였기에 규정상 '연봉 대박'을 터뜨릴 수 없었음에도, 조금이라도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고수했고, 이번에도 우려의 시선은 이어졌다. 일본 리그보다 경기 수가 많고 이동 거리도 긴 미국에서 풀타임을 버텨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낸 뒤 2019년 수술을 받으며 2020년까지 사실상 '투수 휴업' 상태였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라는 자신의 꿈을 놓지 않았고, 2021년 투수로 9승과 평균자책점 3.18, 타자로 46홈런을 치며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2022년에도 투수로 15승, 타자로 34홈런을 때렸고, 2023년에도 투수로 10승과 타자로 44홈런을 쳐 또 한 번 MVP에 올랐다.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맺고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는, 올해는 또다시 투수를 쉬어야 했다. 직전 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9년, 2020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타자에 집중해야 하는 시즌. 오타니는 4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타자에만 집중한 그는 연일 홈런포를 터뜨리며 치고 나갔고 못지않게 많은 도루도 성공시켰다. 올 시즌 전까지 한 시즌 최다 도루가 26개였던 그는 작정한 듯 많은 도루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
그리고 126경기 만에 40-40을 달성한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페이스를 늦추지 않았고 전인미답의 50-50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7시즌 만에 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쓴 순간이었다.
50-50을 달성한 마이애미전 내용을 보면 오타니의 집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경기 초반 2개의 도루를 성공해 50도루를 채웠고, 이후 점수 차가 벌어지자 '장타'에 집중했는데 이를 실제 현실로 이뤘다.
6회초 4번째 타석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으로 49호 홈런을 기록한 그는, 7회초 다시 돌아온 타석에선 특유의 '밀어치기'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해 50-50을 완성했다.
다저스를 '적'으로 만난 마이애미 팬들조차 기립박수를 보낼 정도로 역사에 남을 순간이었다.
5안타에 2홈런-2도루. 50-50의 목표까지 채웠기에 경기에 빠져 체력 안배를 해도 될 법했지만, 오타니는 멈추지 않았다. 9회초 타석이 돌아오자 다시 장비를 차고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야수 비달 브루한이었고, 오타니는 브루한의 느린 공을 자비 없이 담장 밖으로 넘겼다. 3연타석 홈런으로 51-51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기록을, 오타니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만들어냈다. 50-50을 달성하고도 여전히 9경기가 남았기에, 55-55에도 도전할 만한 상황이 됐다.
이적 첫 해 내셔널리그 MVP도 사실상 예약한 상태다. 앞서 오타니가 받은 2차례의 MVP를 두고 '투타 겸업'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타자에만 집중한 오타니의 결과물은 좀 더 놀라웠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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